GS리테일이 수익성이 낮은 비핵심 사업을 정리한 뒤, 본업과 운영 효율을 중심으로 투자 방향을 다시 짜고 있다. 반려동물 플랫폼 어바웃펫, 인도네시아 사업, 신선식품 가공 자회사 퍼스프 등 이른바 ‘아픈 손가락’을 덜어낸 뒤 편의점과 공통 인프라, 효율화 투자에 무게를 싣는 흐름이 공시를 통해 확인된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S리테일은 2026년 1분기 분기보고서에서 올해 투자계획을 4860억9500만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올해 3월 공시한 2025년 사업보고서상 2026년 투자계획 3725억7900만원보다 1135억1600만원, 약 30.5% 늘어난 규모다. 단순히 전체 투자 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라, 투자 배분의 중심도 달라졌다.
이번 변화는 2026년 1분기에 갑자기 시작된 흐름이라기보다, 2025년 중 결정된 사업 재편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숫자에 반영되기 시작한 결과에 가깝다. GS리테일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사업 중단, 퍼스프 사업 중단, 어바웃펫 지분 매각 추진 등 비핵심 사업 정리에 속도를 냈다. 한때 미래 성장동력으로 여겨졌던 펫 커머스와 해외 사업, 저수익 자회사를 정리하며 수익성 중심 체질 개선에 나선 셈이다.
투자계획의 변화는 이 같은 전략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가장 눈에 띄는 증액 부문은 편의점이다. 편의점 투자계획은 사업보고서 기준 2193억1600만원에서 1분기 분기보고서 기준 2444억5800만원으로 251억4200만원 늘었다. 보증금 247억5700만원, 유형자산 등 2197억100만원으로 구성됐고, 회사가 제시한 기대효과는 ‘매출증대’다. 구조조정 이후 GS리테일이 가장 먼저 돈을 더 싣고 있는 곳이 결국 핵심 캐시카우인 GS25라는 뜻이다.
실제 실적도 그 방향성과 맞물린다. GS리테일의 2026년 1분기 편의점 매출은 2조8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13억원으로 41억원 늘었다. 회사는 기존점 일매출 성장과 비용 효율화를 실적 개선 배경으로 제시했다. 출점 경쟁보다 기존점 효율과 수익성 개선에 더 방점을 찍는 흐름이 읽힌다.
투자 증가의 또 다른 축은 공통 및 기타 부문이다. 이 부문 투자계획은 기존 사업보고서의 604억7900만원에서 1분기 분기보고서 기준 1706억11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분기보고서에서는 별도 항목이던 개발부문이 ‘공통 및 기타’로 통합돼 표시된 만큼 단순 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다만, 회사가 분명히 강조하는 방향은 같다. 기대효과를 ‘매출증대’가 아니라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및 효율성 향상’으로 적시한 점을 감안하면, 이 증액분은 단순 외형 확대보다 후방 인프라·개발·자회사·운영 효율 강화에 가까운 투자로 해석된다.
반면 수퍼마켓은 사업 성장세와 투자계획이 꼭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수퍼 투자계획은 사업보고서 기준 636억9300만원에서 분기보고서 기준 540억6300만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하지만 2026년 1분기 실적은 매출 4534억원, 전년 대비 9.0% 증가로 주요 사업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회사는 신규 출점, 기존점 성장, 퀵커머스 확대를 이유로 들었다. 즉 수퍼는 대규모 자본 지출을 늘리기보다, 점포 운영과 디지털 결합을 통해 효율적으로 키우는 전략에 더 가깝다.
이 대목은 세부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GS리테일의 1분기 실적 자료에 따르면 퀵커머스 매출 신장률은 32.8%, 수퍼 매출 내 비중은 9.7%까지 높아졌고, O4O 매출은 54.7% 성장했다. 수퍼 사업에서의 성장 포인트가 전통적인 오프라인 확장만이 아니라, 배달·픽업과 디지털 접점을 결합한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홈쇼핑은 공격적 확장보다는 선별적 운영에 가깝다. 홈쇼핑 투자계획은 166억300만원에서 169억6300만원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신 실적 자료에서는 패션 등 유형상품 판매 확대와 비용 효율화를 통해 매출과 이익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이후 홈쇼핑은 몸집을 키우기보다 상품 믹스 개선과 수익성 방어가 우선인 사업으로 읽힌다.
회사의 공식 방향성도 이 같은 해석과 맞닿아 있다. GS리테일은 2026년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목표로 ‘수익성 기반의 성장’, ‘자본 효율성 제고’, ‘적극적 IR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제시했다. 실행 계획으로는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의 확립, AI·디지털 도구 투자를 통한 운영 경쟁력 고도화, 비핵심 자산 재편을 통한 수익성 저해 요인 해소를 명시했다. 비핵심 사업을 덜어낸 뒤 그 자원을 본업과 효율화에 다시 투입하겠다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결국 이번 구조조정의 핵심은 단순한 축소가 아니라 투자 재배치에 있다. 어바웃펫, 인도네시아, 퍼스프 등 비핵심 사업을 정리한 뒤 GS리테일은 편의점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공통·기타 부문에서는 개발과 인프라, 효율화 투자 비중을 키우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수퍼는 퀵커머스와 O4O 중심으로, 홈쇼핑은 수익성 중심으로 다듬는 식이다. 외형 확장보다 ‘가장 잘하는 사업을 더 잘하게 만드는 투자’가 2026년 GS리테일 전략의 핵심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