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고밀도집적기판(HDI) 선두 기업인 대만 화통(華通·Compeq)의 장페이쿤(江培琨) 의장이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충에 따른 고주파·고속 통신 수요 폭발로 올 하반기 차세대 기판 제조 공법인 'mSAP(개량형 반가산 공법)'의 심각한 공급 부족 사태를 예고했다.
화통은 전 세계적인 생산 기지 인프라와 독보적인 기술력을 앞세워 800G 이상 초고속 광모듈 및 우주·위성 통신용 기판 시장을 선점해 기업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번 화통의 공급 부족 사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 수요를 자극해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국내 첨단 PCB·패키지기판 업계에도 상당한 반사이익과 시장 선점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 장페이쿤 의장 "올해 하반기 대대적인 세대교체와 맞물려 mSAP 생산 캐파 공급 부족 현상"
1일 대만 공상시보(CTEE) 등 주요 현지 매체에 따르면 장페이쿤(江培琨) 화통 의장은 지난 28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데이터센터의 광통신 규격이 기존 400G에서 800G, 나아가 1.6T(테라비트)로 빠르게 업그레이드되면서 극도로 엄격한 신호 품질이 요구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800G 이상 광모듈용 인쇄회로기판(PCB) 공정이 mSAP 방식으로 전면 전환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장 의장은 이어 "올해 하반기 시장의 대대적인 세대교체와 맞물려 mSAP 생산 캐파(생산능력)의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화통은 글로벌 생산 기지 레이아웃과 제조 경험을 바탕으로 생산 규모를 빠르게 확대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중고급 소비재 전자제품에 주로 쓰이던 HDI 및 최첨단 mSAP 기판 공정은 최근 AI 인프라가 이끄는 고주파·고속 통신 수요에 따라 핵심 인프라 부품으로 부상했다. 화통은 빅데이터 분석과 스마트 팩토리 관리를 통해 품질과 납기 안정성을 극대화한다. 또한 AI 서버 및 최고급 스위치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의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아울러 화통은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우주·항공 분야에서도 독점적 지위를 다지고 있다. 저궤도 위성 산업에 10년 이상 공을 들여온 화통은 현재 글로벌 주요 위성 사업자들의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위성용 PCB 출하량 기준 세계 1위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저궤도 위성 산업이 기술 탐색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상업화 궤도에 진입했고, 전 세계 위성 광대역 사용자 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선 만큼 우주용 PCB의 장기적인 수요 모멘텀이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화통은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기, 스마트 글래스, 의료 기기, 휴머노이드 로봇 등 AI 에이전트 기반의 신시장용 연성 및 연경성 기판(FPC/RFPC)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장 의장은 "AI 인프라 건설이 고성능 PCB 공급망의 질적 변화를 이끌고 있으며 제조 난이도와 신뢰성 요구가 크게 높아졌다"며 "제품 포트폴리오 최적화와 그룹 전반의 기술력 향상에 힘입어 총마진율(영업이익률)이 동반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만 증권가 및 현지 법인들 역시 화통의 다각화된 제품 포트폴리오 효과가 본격화되는 내년과 내후년에 매출 규모와 수익성이 한층 더 큰 폭의 성장 모멘텀을 맞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 '대만발 공급 부족'이 아닌 '글로벌 구조적 쇼티지'… 한국 기판 업계, AI 핵심 공급망으로 부상
이번 대만 화통(Compeq)의 mSAP(개량형 반가산 공법) 공급 부족 예고는 단순한 일시적 생산 차질이 아닌, AI 인프라 고도화가 촉발한 글로벌 기판 산업 전체의 '구조적 쇼티지(Supply Shortage)'로 해석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 화통 경영진 역시 최근 실적 발표 등을 통해 "800G 이상 초고속 광모듈의 mSAP 공정 전환으로 인해 고객사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수직 상승(Cliff-like growth)'을 기록 중"이라며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 변화를 공언한 바 있다. 데이터센터의 통신 규격이 400G에서 800G, 나아가 1.6T로 급격히 업그레이드되면서, 미세 회로를 구현해 신호 손실을 극단적으로 줄일 수 있는 차세대 기판 제조 능력을 가진 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의 시선은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동반 주목받고 있는 대한민국 첨단 PCB 업계로 향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고난도 mSAP 공법을 안정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국가는 한국과 대만뿐이다. 국내에서는 심텍, 대덕전자, 코리아써키트 등이 이미 모바일 및 서버용 메모리 모듈 기판 분야에서 탄탄한 mSAP 양산 트랙 레코드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AI 서버 및 데이터센터용 초고부가 패키지 기판(FC-BGA) 시장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기술 리더십을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고다층 네트워크 장비용 기판(MLB) 분야의 글로벌 강자인 이수페타시스 역시 차세대 800G 스위치 시장 확대의 직접적인 파트너로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대만 중심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단일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Dual Sourcing)'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시점"이라며 "이번 mSAP 쇼티지 국면은 한국 기판 기업들이 단순한 대체재가 아니라, 글로벌 AI 밸류체인 내에서 대체 불가능한 고부가 핵심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다지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