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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동맥 '호르무즈' 정상화에 40여개국 결집..한국 참여·미국은 불참

서윤석 기자

입력 2026.04.0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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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트 쿠퍼 영국 외무장관 주재로 화상회의 열려
파병 대신 외교·경제적 제재로 이란 압박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달래기 나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40여개국이 이란의 실질적 봉쇄로 막힌 호르무즈 해협의 뱃길을 복구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외교부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개최된 화상 외교장관 회의에 한국 측에서는 정의혜 외교부 차관보가 참석했다.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축국들과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지역 국가들, 인도 등 아시아 주요국이 동참했다. 반면 미국은 불참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이베트 쿠퍼 영국 외무장관은 "이란이 분쟁과 무관한 국가들에까지 무분별한 위협을 가하며 전 세계 경제 안보를 훼손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해당 수역에서는 25차례가 넘는 선박 공격이 발생했고, 선박 2000여 척과 선원 2만여 명이 발이 묶인 상태다.

쿠퍼 장관은 "이란이 글로벌 해상로를 장악해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려는 시도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가용한 모든 외교·경제적 압박 수단을 결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의 종료 후 배포된 의장 성명도 지체 없는 해협 개방과 자유로운 항행 원칙 준수를 강력히 촉구했다. 참석국들은 유엔 등을 통해 이란에 단호한 입장을 전하는 한편, 통항 차단이 장기화할 경우 조율된 정치·경제적 제재를 단행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고립된 선박과 선원들의 무사 귀환을 위해 국제해사기구(IMO)와 협력하고, 해운업계에 시의적절한 정보를 제공해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기로 했다.

이번 다국적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누적된 불만을 잠재우려는 주요국들의 유화적 조치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를 이유로 유럽과 아시아 우방국들에 해군 함정 파견을 촉구했지만, 분쟁 연루를 우려한 대다수 국가가 이를 거절하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영국, 한국 등 동맹국들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하며 나토 탈퇴 카드까지 시사했다.

아울러 해당 항로로 석유와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유럽 및 아시아 국가들이 스스로 항행 안전을 담보해야 한다고 거듭 압박했다.

결과적으로 주요국들은 군대 파견 요구는 거절하면서도, 해협의 평화 유지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담은 공동 성명 채택과 국제회의 소집을 통해 미국 측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려 애쓰는 모양새다.

외교적 타개책 마련과 함께 군사 실무진 차원의 후속 논의도 이어진다.

쿠퍼 장관은 "다음 주 군사 전략가 회의를 열어 선박들의 안전 통항을 보장할 구체적 대책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해당 전략 회의에서 수중 지뢰 해체 및 억류 선박 구출 작전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 같은 다국적 공조는 무력 충돌이 소강 국면에 접어든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무력 교전이 멈춘 뒤에야 해당 수역의 안전한 통행 환경 조성 방안을 살피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로이터 통신도 기욤 베르네 프랑스군 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절차는 다단계로 이뤄지며, 교전 상태가 잦아들거나 완전히 끝난 뒤에야 실행에 옮겨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원조에 부정적 입장을 취했을 당시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해 전후 안보 대비용 '의지의 연합'을 결성했던 사례와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한국을 국빈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무력을 동원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려는 구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군사적 개입은 끝을 알 수 없는 장기전이 될 수 있으며, 해당 항로를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을 이슬람혁명수비대의 해안 공격 및 탄도미사일 타격 위험에 노출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윤석 기자 yoonseok.suh@finance-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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