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겨냥한 해상 봉쇄 조치를 전격 재개하면서 글로벌 원유 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중동발 공급 차질 우려가 덮치며 국제유가는 하루 만에 10% 가까이 수직 상승하는 극심한 요동을 쳤다.
13일(현지시간) ICE 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9.6% 치솟은 배럴당 83.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83.54달러까지 치솟으며 미·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MOU)가 체결되기 직전인 지난달 16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최고치를 썼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종가 역시 9.4% 폭등한 배럴당 78.14달러를 기록했다.
이러한 유가 폭등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이란 연안과 항구로 진입하는 모든 선박의 통행을 다시 차단하겠다고 선언한 데 따른 직접적인 여파다. 특히 미군이 해당 수역에서 민간 상선의 통행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적재 화물의 20%를 '안전보장 통행료' 명목으로 징수하겠다는 전례 없는 초강수까지 꺼내 들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미 동부시간 기준 14일 오후 4시(한국시간 15일 오전 5시)를 기점으로 대이란 해상 통제 작전에 공식 재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워싱턴의 이번 결정으로 양국 관계는 종전 MOU 체결 이전의 일촉즉발 상태로 급속히 회귀했다. 이란 군 당국도 즉각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산하 이맘 호메이니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공식 성명을 통해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에 개입하는 것을 결단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열어뒀다. 에너지 정보업체 겔버앤드어소시에이츠는 최신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해상 봉쇄 재개와 이란의 보복 공격 가능성, 물동량 급감 전망이 한꺼번에 맞물리며 단기적인 원유 공급 대란 우려를 증폭시켰다"고 진단했다.
설상가상으로 중동 밖의 겹악재들까지 유가 상승에 기름을 붓고 있다. 동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핵심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로베르트 브로브디 우크라이나 무인시스템군 사령관은 전날 심야 무인기(드론) 공습으로 유조선 10척과 여객선 4척을 타격하고, 러시아 내륙 시즈란에 위치한 주요 정유 시설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글로벌 원유 수급의 최후 보루인 미국의 전략비축유(SPR)마저 바닥을 보이고 있다. 미 에너지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SPR 재고량은 전주 대비 300만 배럴 급감한 3억 1650만 배럴에 그쳤다. 이는 1983년 4월 이후 4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에너지 공급망을 둘러싼 시장의 공포심을 한층 키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