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알래스카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3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및 주요 유럽 지도자들과 화상으로 만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러 회담 계획을 발표한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과 갖는 첫 직접 대화다.
dpa, 로이터, AF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11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주도로 현지시간 13일 오후 3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유럽 정상들이 참석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화상협의가 열린다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JD 밴스 부통령이 회의에 참석하며, 유럽에서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메르츠 독일 총리가 화상으로 합류한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도 회의에 동참할 예정이다.
독일 총리실은 13일 하루 동안 일련의 화상회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주요 회의에 앞서 유럽 측은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핀란드 정상들과 NATO·EU 관계자들 간 사전 협의를 통해 공동 입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화상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15일 알래스카에서 푸틴 대통령과 양자 정상회담을 갖기 직전에 열리는 것으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 원칙과 안전보장 방안, 러시아 압박 지속 필요성을 강력히 어필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각국은 미·러 양자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일방적이고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조건들을 받아들일 가능성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러시아와의 모든 협상 절차에 동참해야 한다는 요구를 지속하고 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러 정상회담과 관련한 질문에 "푸틴 대통령을 어떤 상황에서든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러시아와의 협상에 나서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와 트럼프 대통령, 유럽 각국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화는 우크라이나와 함께 구축되어야 하는 것이지, 우크라이나에 일방적으로 강제되어선 안 된다"며 "침략 행위와 주권 침해에 대해 어떤 형태의 보상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단호히 밝혔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같은 날 다른 유럽 외무장관들과의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을 지지하며 상당한 진전이 있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어떤 외교적 해결안이든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 EU 가입 절차를 포함해 자국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휴전 대가로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포기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영토 교환'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우크라이나는 영토 양보는 절대 불가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약 5분의1을 장악하며 러시아 영토라고 주장하는 반면, 우크라이나가 확보한 러시아 영토는 극히 제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교환'의 실질적 의미가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영토 포기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유럽 각국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에 영토 양보를 강요하는 것이 국제법상 위험한 선례를 남길 것이라며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경은 무력으로 변경될 수 없다'는 근본 원칙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EU 집행위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영토 문제에 관해 러시아 측이 마치 '영토 교환'인 양 포장하고 있지만, 이는 완전히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최고의 안전 보장은 우크라이나군과 제3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그 어떤 제약도 가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