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학 대기업 JSR이 대만에 첨단 반도체 소재 생산거점을 동시에 구축하며 글로벌 EUV(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 시장의 판도 재편에 나섰다.
이번 행보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 공급망 안정이라는 기회와 국내 소재 기업들의 설 자리 축소라는 위협을 동시에 안기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3일(현지시간) 톰스 하드웨어(Tom's Hardware)에 따르면 JSR은 대만의 Wah Lee Industrial, LCY Chemical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윈린현에 첫 포토레지스트 생산시설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르면 2028년 가동 예정인 이 공장은 TSMC와 첨단 EUV 포토레지스트 소재도 공동 개발한다.
또한, JSR은 한국에서 차세대 EUV 화학 소재인 금속 산화물 레지스트(MOR)의 양산 설비를 세계 최초로 갖춘다는 계획도 병행하고 있다. 한국 공장은 2024년 첫삽을 떴으며 2026년 말까지 생산 기반 구축을 완료하고 MOR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해당 시설은 JSR이 지난 2021년 5억1400만 달러에 인수한 미국 스타트업 인프리아(Inpria)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2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수요가 폭증하는 시점에 맞춰 주요 고객사 인근에 안정적 소재 공급망을 완성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국내 공장 설립 및 양산은 국내 반도체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일본산 EUV 레지스트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국내에 MOR 양산 설비가 들어서면 물류 리드타임 단축과 지정학적 리스크 분산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국면에서 공급망 다변화는 생존 전략과 직결된다.
반면 국내 포토레지스트 개발 기업들에게는 치열한 경쟁의 서막이 될 수 있다. 동진쎄미켐, 이엔에프테크놀로지 등 국내 업체들은 KrF·ArF 레지스트 분야에서 일정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지만, EUV 및 차세대 MOR 분야에서는 여전히 일본·미국 기업과의 격차가 크다.
JSR이 한국 내에 직접 생산기지를 확보하면, 국내 기업들이 틈새를 노리던 EUV 소부장 기업들은 경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포토레지스트 시장의 약 25%를 점유한 JSR이 아시아 핵심 거점을 완성해가는 가운데, 국내 소재 산업의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