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 면역세포인 마이크로글리아(microglia, 미세아교세포)가 먼저 활성화되고, 이것이 아스트로사이트(astrocyte, 성상세포)를 신경독성 세포로 바꿔 신경세포를 공격한다는 것이다.
발리나 도슨(Valina Dawson)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디앤디파마텍 R&D 데이에서 파킨슨병의 글리아 신경염증 기전, 디앤디파마텍이 개발중인 NLY01, NLY02 등의 연구성과를 소개했다.
NLY01은 GLP-1 수용체 작용제 후보물질이다. 파킨슨병 임상에서는 1차종결점을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하위그룹인 60세 미만 젊은 환자군에서 긍정적인 가능성을 확인했다. 현재는 진행성 다발성경화증(MS)을 적응증으로 연구개발을 진행중이다.
NLY02는 RIPK2 저해제 후보물질이다.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을 우선 적응증으로 개발중이다.
마이크로글리아 막으니 아스트로사이트도 독성 잃어도슨 교수는 "수십 년 전에는 파킨슨병을 신경세포의 병으로 생각했지만, 최근 10년 사이 글리아도 신경세포만큼 중요한 질환 동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마이크로글리아는 평소 뇌를 감시하는 면역세포지만, 자극을 받아 활성화되면 아스트로사이트를 활성화하는 인자를 내보낸다. 아스트로사이트는 신경전달을 조절하고 신경세포에 성장인자를 공급하는 세포다.
도슨 교수는 "독성으로 바뀐 아스트로사이트는 신경세포를 죽이고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 연결부인 시냅스를 갉아먹는다"며 "이 신경독성 아스트로사이트가 질환을 증폭시킨다"고 설명했다.
도슨 교수는 이 기전을 10여 년 전 스탠퍼드대 고(故) 벤 바레스 교수팀과 함께 밝혔다. 반응성 아스트로사이트는 알츠하이머병, MS, 파킨슨병, 뇌졸중 환자의 사후 뇌 조직에서 꾸준히 관찰됐지만 어떻게 생기고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NLY01은 당시 존스홉킨스대 영상의학과 조교수였던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가 엑세나타이드에 페길화를 적용해 반감기를 늘린 물질로, 뇌 투과능이 확인됐다.
도슨 교수는 "쥐에 투여했더니 보호 효과가 너무 커서 박사후연구원들이 쥐 표식을 잘못 붙인 줄 알고 실험을 다시 했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효과의 열쇠는 마이크로글리아였다. 도슨 교수는 "이 화합물은 마이크로글리아가 활성화되는 것을 막았고, 그 결과 아스트로사이트가 신경독성으로 바뀌지 않았다"며 "이것이 신경보호 효과를 이끈 원리"라고 덧붙였다.
36주는 짧았다…”뇌에 들어가야 한다"NLY01은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 동물모델, MS 모델 등에서 모두 보호효과를 나타냈다. 특히 유전성 동물모델뿐 아니라 원인을 모르는 산발성 동물모델에서도 효과를 보였다.
디앤디파마텍은 이를 기반으로 NLY01의 파킨슨병 임상2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1차종결점인 MDS-UPDRS 파트 II·III 합계 변화를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하는데 실패했다. MDS-UPDRS 파트 II·III는 일상생활 운동 기능과 운동검사를 평가하는 지표다. 해당 임상은 환자 255명을 대상으로 36주간 진행됐다.
도슨 교수는 "임상에서 위약군과 투여군 사이에 차이가 벌어졌다"며 "특히 60세 미만 환자에서는 질환 진행이 늦춰지거나 멈췄는데, 파킨슨병 인체 임상에서 한 번도 관찰된 적 없는 결과"라고 전했다.
도슨 교수는 2상에서 얻은 교훈도 공유했다. 핵심은 투여기간과 바이오마커다.
도슨 교수는 "지금 보면 36주는 파킨슨병 임상에 충분히 긴 기간이 아니었다"며 "혈액, 뇌척수액 등 시료에서 세포외소포와 알파시누클레인 시딩 정도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성적으로 진행하는 신경퇴행을 평가하려면 적절한 환자군을 선정하는 동시에 충분한 투여·관찰 기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어 그는 논문 발표 전이라 구체적 결과는 밝힐 수 없다면서도 "다양한 바이오마커 변화는 파킨슨병에서 염증이 중요하고 NLY01 같은 약물이 이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근거"라며 "다음 임상에서는 이런 분석을 임상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가지는 뇌 투과성이다. 엑세나타이드는 파킨슨병 임상에서 두 차례 실패했다.
도슨 교수는 "엑세나타이드는 우리가 아는 한 뇌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말초의 대사 효과만으로는 질환 진행을 바꾸기에 부족하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뇌에 일부 들어가는 릭시세나타이드는 운동 기능 개선 효과를 보였지만 구역과 구토로 중도 탈락한 환자가 많아 장기 치료에는 부적합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반면 NLY01은 페길화로 체내 노출이 오래 유지되고 수용체 탈감작이 적어 주 1회 투여가 가능하다.
이런 교훈은 진행성 MS로 이어졌다.
신경독성 아스트로사이트는 MS 환자의 사후 뇌 조직에서도 발견됐고, NLY01은 MS 동물모델 2종에서 신경보호 효과를 나타냈다. 진행성 MS는 말초 면역세포가 일으키는 재발보다 뇌 안 글리아의 만성 염증이 장애 진행을 유도한다. 뇌에 들어가 마이크로글리아와 아스트로사이트의 연쇄를 막는 NLY01의 기전이 적합한 영역이다.
후속 파이프라인 NLY02, PD 마우스 모델서 "신경소실 막고, 운동기능 개선"도슨 교수는 RIPK2 저해제 NLY02의 연구결과도 소개했다.
연구진은 병적 알파시누클레인을 감지하는 센서를 찾다가, 유력 후보였던 TLR2를 없애도 마이크로글리아와 아스트로사이트 활성이 그대로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제 센서는 NOD2였다. NOD2는 정상 단량체가 아닌 병적 알파시누클레인에만 결합해 질환 특이적이며, RIPK2를 활성화해 마이크로글리아와 아스트로사이트를 차례로 깨운다.
도슨 교수는 "정상이라면 NOD2는 RIPK2를 활성화한 뒤 꺼지지만, 파킨슨병에서는 알파시누클레인이 이를 계속 밀어붙인다"고 강조했다.
실제 환자 조직에서 NOD2는 높게 발현됐고 RIPK2도 활성화돼 있었다. 두 유전자를 없앤 생쥐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보존됐고 운동 이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NLY02를 고른 이유가 여기 있다.
그는 “NOD2 자체는 약물로 조절하기 어렵지만 RIPK2는 키나아제여서 약물 표적이 될 수 있다”고 평했다.
디앤디파마텍이 발굴한 저분자화합물은 세포모델에서 마이크로글리아 활성과 반응성 아스트로사이트를 줄였다. 또한 파킨슨병 동물모델에서 신경세포 소실을 막고 운동기능을 개선했다.
도슨 교수는 "동물모델에서 보호 효과가 나왔다는 것은 약물이 뇌에 도달한다는 뜻"이라며 "뇌 도달은 신경퇴행성 질환 약물 개발에서 흔히 결정적인 난관"이라고 했다.
특히 그가 긍정적으로 보는 부분은 경구 투여 가능성, 양호한 뇌 노출, 동물 안전성이다.
그는 "현재는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을 우선 적응증으로 연구개발하고 있다"며 "향후에는 MS나 뇌종양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