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볼리비아에서 엘니뇨에 따른 가뭄 피해가 11만여 가구로 확산하자 정부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당국은 이미 발생한 물 부족 사태에 대응하는 동시에 향후 예상되는 홍수 등 추가 기상재해에 대비해 범정부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1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볼리비아 일간 엘데베르 등에 따르면 로드리고 파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전날 국가비상사태를 발령하는 내용의 법령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피해 지역에 필요한 재정·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구조 인력을 추가 투입하기 위한 것이다. 파스 대통령은 "이번 현상은 가뭄과 홍수 측면에서 매우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며, 우리는 모든 기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볼리비아 정부가 공개한 최신 집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29일까지 전체 9개 주 가운데 6개 주에서 총 11만4048가구가 가뭄 피해를 입었다. 이 가운데 7만8217가구는 물 부족으로 생활과 생업에 영향을 받았고, 나머지 3만5831가구는 농작물이나 가축 등 생계수단에 직접적인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가뭄으로 폐사한 가축도 7만5013마리에 달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면서 전 세계의 기온과 강수 양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현상이다. 통상 2~7년 주기로 발생해 9~12개월가량 지속된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번 엘니뇨가 전례 없는 강도로 발달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에 따라 중남미를 비롯해 아프리카 동부·남부,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서도 가뭄과 집중호우 등 광범위한 기상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는 볼리비아 인접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페루에서는 기온 상승과 산불로 최소 12명이 숨졌으며, 칠레 수도 산티아고는 지난 10월 강우량이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남미 곳곳에서 기상재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각국의 피해 대응과 추가 재난 예방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