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가 도래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중장기적인 전력난이 예상되고 있고, 이에 많은 국가들은 신속히 원전 건설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한국 같은 경우는 이러한 트렌드를 벗어나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에 더욱 힘쓰겠다는 기조를 밝힌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지난달 경기 회복과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총 4956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 가운데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은 1118억원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원전 관련 예산은 편성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줄곧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기반 한 산업 업그레이드’ 실현을 위한 ‘에너지고속도로’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에너지고속도로란 에너지 흐름의 병목을 해소하고 전국 곳곳에서 재생에너지 생산·공급을 가능케 하는 인프라 조성 프로젝트를 지칭한다.
이 같은 기조에 국내 전력 기업들의 기업가치는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다만 보다 근본적인 에너지고속도로 구축을 현실화 하려면 BESS(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 시장 확대가 뒤따라야 한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은 일정하지 않고 이에 전력을 저장해 놓을 설비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 전력계통 수급불균형 해결하는 것이 중요
2020년 에너지경제연구원(keei)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대규모 정전사고는 공통적으로 변동성이 높은 전력원인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늘어난 상황에서, 전력계통의 발전량 급감과 주파수 하락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및 공급여력이 부족한 데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간 전 세계 각국은 원자력 및 화력발전 위주의 대규모 발전소를 중심으로 장거리 수송을 통해 각 소비지로 전력을 공급해왔다. 이 시스템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전력 계통운영이 가능했다.
반면, 태양광 및 풍력 등 출력 변동성의 특성을 가진 발전설비가 전력계통에 접속하면서 전력수급의 불균형 심화와 계통 주파수 및 전압의 일정 수준을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개별 발전기의 회전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제어 장치인 조속기의 작동 ▲BESS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전력 계통운영 규모가 클수록 조속기를 통한 ‘전력 수급·주파수 및 전압 유지’ 등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서 재생에너지 정책이 가속화 될수록 대규모 BESS 구축은 잇따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전력거래소는 지난 5월 ‘제 1차 ESS(BESS) 중앙계약시장 경쟁입찰 공고’를 개시했다.
엄밀히 따지자면 이 대규모 BESS 프로젝트는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기 전 확정됐다.
다만 이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꾸준히 한국 배터리 산업을 육성해 경제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에너지고속도로 정책을 추진해 BESS 보급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에 전력거래소의 BESS 프로젝트는 과거 어느 때보다 조속히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한국 배터리 산업의 회복도 일정 부문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 BESS 시대, 수혜 기대되는 기업은
BESS는 여러 개의 배터리 모듈이 결합되는 에너지 저장 장치다. 이에 대규모 BESS 프로젝트가 개시됨에 따라 국내 배터리 기업에 수혜가 돌아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BESS 기반 플랜트를 구축 ▲BESS 중간 조립 ▲BESS용 냉각기 제조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도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대명에너지는 풍력, 태양광 플랜트 건설·운영과 더불어 BESS 기반 사업도 진행해 본 업력이 있다.
게다가 지난 2023년 전력거래소가 추진한 ‘제주 장주기 BESS 중앙계약 경쟁입찰’서 35MW 규모 BESS 물량을 수주해 뛰어난 레퍼런스를 쌓았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대명에너지는 4년 만에 이익 턴어라운드를 시현할 것”이라며 “정권교체와 맞물려 친환경 에너지 정책 강화에 따른 수혜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서진시스템은 BESS 장비 제조 및 조립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회사는 전 세계 1위 BESS 기업 플루언스 에너지(Fluence Energy)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으며, 국내 배터리 업체와도 꾸준히 거래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허준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재생에너지의 특성인 간헐성은 안정적인 전력망 운영에 부담을 주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최고의 선택지는 BESS다”며 “서진시스템은 BESS에 필요한 냉각기를 제외한 케이스와 부품을 제조·공급·조립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중엔시에스는 BESS에 적용되는 수냉식 냉각 시스템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특히 공랭식 방식이 아닌 수냉식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이 이 회사의 강점이라 볼 수 있다.
공랭식은 공기를 통한 간접 냉각 방식으로, BESS 온도 편차를 ±10°C로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수냉식은 냉각수를 통한 직접 냉각 방식으로, 온도편차를 ±3°C로 유지 가능하다.
온도편차를 최소화 한다는 점은, 그만큼 해당 기술을 활용할 경우 BESS 관리에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