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이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한 고위급 무역 협상을 통해 양측 관계에 ‘긍정적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11일까지 이틀간 이어진 이번 논의에서 양국은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공동 평가하며, 12일 중으로 구체적인 입장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 이후 처음으로 공식 대면이 이뤄진 자리로, 무역전쟁 국면을 완화할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회담의 세부적인 결과물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미국 측은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최대 145%에 이르는 고율 관세의 일부 인하를 시사했고, 중국은 통상 협력 확대와 경제적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 美 “실질적 진전”, 中 “중요한 컨센서스 도출”…구체 내용은 12일 발표11일(현지시간) 협상 종료 후 미국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기자들에게 “무역 분야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며 “논의는 매우 생산적이었고 트럼프 대통령도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합의에 예상보다 빨리 도달했으며, 이는 양국 간 간극이 크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미국의 긴급 대응이 필요했던 사안이며, 이번 합의는 그 해소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측 수석대표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는 “회담은 매우 솔직하고 건설적이었다”며 “양국은 중요한 합의에 도달했고, 향후 경제·무역 협의 메커니즘을 구성해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 ‘폭탄관세’ 완화 가능성…희토류·마약 대응도 논의이번 협상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125~145%까지 올라간 미국의 대중 관세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직전 “80% 수준의 관세가 적절할 수 있다”며 대폭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마약 문제 대응 명목으로 부과한 20% 관세, 상호 보복으로 인한 34% 관세 등을 포함해 50% 수준까지 인하하는 시나리오가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번 회담에서는 미국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해온 펜타닐 등 불법 마약의 확산 억제 방안,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한 대응책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희토류는 반도체·전기차 등 전략산업에 필수인 만큼 미국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해당 이슈를 우선 순위로 다루고 있다.
◇ 미중 갈등, ‘강 대 강’에서 협의체제로 전환 시도
이번 협상은 미중 양국이 지난 수년간 이어온 ‘강대강’ 무역 갈등을 벗어나, 대화를 통한 해결로 방향을 틀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중국 측은 협상 후 “차이를 관리하고 협력 분야를 확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하며, 미국과의 실질적인 통상 대화를 이어갈 의지를 밝혔다.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 대표는 “정기적이고 비정기적인 협의를 통해 통상 이슈를 조율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며 협상 결과의 제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 향후 일정은? 트럼프-시진핑 직접 회담 가능성도이번 제네바 협상 이후 공동성명 발표가 예정된 가운데, 양국 정상이 직접 나서 양자 관계 복원을 공고히 할 수 있을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전화 회담 또는 직접 정상회담이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미중 무역전쟁은 보다 본격적인 해빙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