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州) 웨스트라피엣 부지에서 차세대 HBM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팹) 건설을 알리는 기공식을 열었다.
인공지능(AI) 산업을 이끄는 필수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한국 기업이 미국 현지에서 직접 제조하는 첫 사례다.
SK하이닉스는 2028년 10월까지 클린룸 조성을 마치고 이듬해 하반기 양산 체제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엔비디아를 포함한 미국 내 대형 기술 기업들은 처음으로 '메이드 인 USA(Made in USA)' HBM을 자사 제품에 탑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기공식 현장에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사장)는 신규 인디애나 팹의 HBM 생산량이 연간 수십만장에 달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연 600만장으로 추산되는 SK하이닉스의 전체 D램 생산 물량 중 수십만장의 웨이퍼가 매년 이 공장으로 이송돼 패키징 공정을 밟게 된다.
곽 사장은 해당 프로젝트를 두고 "미국 영토 내에 최초의 HBM 제조 거점을 세우는 뜻깊은 일"이라며 "현지 반도체 공급망을 튼튼히 하고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도 핵심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공장은 국내에서 제조된 D램 칩을 다층으로 쌓아 올리는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정은 물론, 미래형 HBM을 위한 연구·개발(R&D) 기능까지 포괄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의 첨단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탑재될 12장 적층 6세대(HBM4)를 생산하고 있으나, 인디애나 팹이 가동될 시점에는 지속적인 성능 고도화 요구에 맞춰 차기 모델인 7세대 HBM4E를 주력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곽 사장은 현재 해당 7세대 칩의 개발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공장이 들어설 부지의 소유주인 미 퍼듀대와 R&D 역량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이 대학의 엔지니어링 인재들을 적극 채용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인디애나 팹 건립에 투입되는 SK하이닉스의 자금은 약 40억달러(약 5조5600억원) 규모다. 미국 정부 역시 반도체법(칩스법·Chips Act)을 바탕으로 최대 4억5000만달러(약 6270억원)의 보조금과 5억달러(약 6970억원)의 대출 혜택을 제공하며 화답했다.
유정준 SK그룹 미주총괄 부회장은 "2030년까지 그룹 차원에서 총 450억달러(약 62조7000억원)를 미국 시장에 투자하겠다"는 중장기 계획도 공개했다.
미국 내에서 자체 생산된 HBM으로 AI 가속기를 구동하게 됨에 따라, 글로벌 AI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전략은 물론 '미국산'을 앞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 경제에 미치는 고용 유발 효과 또한 상당하다. 곽 사장은 공장 운영에 필요한 1000명 수준의 상주 인력에 더해, 100여 개에 이르는 소재·부품·장비 협력사 생태계까지 감안하면 총 7000명 안팎의 직·간접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주한미군 전역 장병을 우대하는 맞춤형 채용 제도를 도입했으며, 기공식에 6·25 전쟁 참전 용사들을 귀빈으로 초청해 예우를 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강경화 주미한국대사, 마이크 브런 인디애나 주지사, 토드 영(공화·인디애나) 연방 상원의원 등 양국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2022년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내며 칩스법 제정에 앞장섰던 토드 영 의원은 축사를 통해 "반도체가 국가의 경제와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동력임을 고려할 때, 외부의 선의에 기대어 공급망을 방치할 수 없다"며 자국 내 제조 기반 확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