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개선과 주식시장 활황 덕에 국세수입 역시 60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점쳐지면서, 내년도 국가 살림살이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8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2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예산처는 풍부해진 세수 전망을 토대로 내년도 예산안 편성의 막바지 다듬기 작업에 한창이다. 기획처는 이미 지난달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올해 본예산(729조9000억원) 대비 '10% 이상'의 지출 확대를 공식화하며 800조원대 예산 시대를 기정사실화했다. 지출 증가 폭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것은 2009년(10.9%)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이후 전례가 없던 일이다. 지난해 700조원 고지를 밟은 지 단 1년 만에 예산 총액의 맨 앞 숫자가 바뀌는 셈이다.
이 같은 공격적인 재정 운용의 기저에는 뚜렷한 세수 회복세가 깔려 있다.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반등이 낳은 법인세 증가분과 코스피 상승에 따른 증권거래세 유입이 대표적이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일찍이 국가재정운용계획(2025∼2029년)에 담긴 내년도 국세수입 전망치(421조1000억원)보다 100조원 이상 많은 '500조원+α'의 세수를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관가 안팎에서는 최근의 가파른 반도체 회복세를 감안할 때 전체 국세수입이 600조원 선마저 넘어설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 나온다.
세수 파이가 커지면서 미래대응기금의 마중물 역할을 할 추가세수 확보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기획처는 내국세 징수액 중 최근 10년간 연평균 증가율(약 6%)을 반영한 기준선을 초과하는 금액을 추가세수로 정의하고, 이를 미래대응기금으로 넘겨 각종 정책 사업에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제시한 계산법을 적용하면 내년도 내국세 추세치는 약 370조원으로 파악된다. 과거 국세수입 내 내국세 비중이 88∼89%를 맴돌았던 점을 감안할 때, 총 국세수입이 600조원에 이르면 내국세는 530조원 안팎을 기록하게 된다. 기준선인 370조원을 뺀 160조원 안팎이 고스란히 추가세수로 잡히는 구조다. 나아가 법인세 납부액 급증으로 내국세 비중이 90% 이상으로 치솟는다면 기금으로 유입될 뭉칫돈의 규모는 한층 불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곧 발표할 내년도 예산안에는 이 같은 추가세수 전망치와 더불어 미래대응기금의 세부 적립 규모 및 사업별 예산 배분 내역이 상세히 담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