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가 73조원을 투입해 1.4나노(nm) 초미세 공정 신규 팹을 건설하면서, 첨단 반도체 설비 투자가 집중될 TSMC 밸류체인 진입이 한국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4일 대만 중부과학단지 관리국에 따르면 TSMC는 타이중(台中) 둥다루(東大路) 일대에 1.4나노 웨이퍼 신공장 4곳을 순차 건설한다.
각 공장은 6개월 간격으로 지어지며, 다음 달 첫 번째 공장 부지에 대규모 철골 구조물이 들어선다. 제1공장은 2027년 1분기 완공을 목표로 하며, 이후 핵심 반도체 제조 장비 반입을 시작한다. 총투자 규모는 1조5000억 대만달러(약 72조5400억원)이며, TSMC는 2027년 말까지 초기 수율을 검증하는 리스크 생산을 완료하고 2028년 하반기부터 대량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관리국은 공공시설 건설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4개 공장이 모두 가동되면 연간 매출액은 5000억 대만달러(약 24조18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글로벌 파운드리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삼성전자는 1.4나노 양산 시점을 당초 2027년에서 2029년으로 미뤘다.
2027~2028년 글로벌 선단 공정 설비 투자는 TSMC 타이중(台中) 공장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이 자국 내 실리콘 웨이퍼 수요의 70%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범용 반도체 시장의 공급망 분리와 가격 경쟁 심화도 예고되고 있다. 이에 대응해 국내 소부장 기업들은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 TSMC 1.4나노 밸류체인 편입을 서두르고 있다.
TSMC의 1.4나노 공정은 소재 및 소모성 부품 수요를 크게 늘릴 전망이다. TSMC는 차세대 노광 장비인 'High-NA EUV' 대신 기존 'Low-NA EUV' 장비를 활용하되, 미세 패턴을 겹쳐 그리는 '다중 패터닝(Multi-patterning)' 기법을 적용한다. 이 방식은 웨이퍼당 공정 단계를 크게 늘려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PR)와 펠리클 등 소모품 사용량의 급증으로 이어진다.
국내 주요 소부장 상장사들은 이에 맞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노광 공정에서는 마스크 보호용 2세대 EUV 펠리클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에스앤에스텍과 에프에스티는 각각 용인과 동탄에 전용 팹을 준공하고 성능 평가를 준비 중이다. 동진쎄미켐은 이미 TSMC 밸류체인에 진입해 EUV PR를 공급하고 있으며, 다중 패터닝 도입으로 향후 출하량 증가가 예상된다. 마스크 결함 수리용 원자현미경(AFM)을 생산하는 파크시스템스도 관련 장비 수요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수율 안정화 및 오염 제어 장비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대비가 이어지고 있다. HPSP의 고압 수소 어닐링 장비는 1.4나노 공정에서도 계면 결함 제어를 위해 활용될 예정이다. 솔브레인은 초고순도 정밀 화학 소재를, 코미코는 정밀 세정·코팅 서비스를 제공하며, 코미코는 대만 현지에 생산 거점을 구축해 근접 지원 체계를 갖췄다.
소모성 부품 기업들은 선제적인 공장 증설에 나섰다. 쿼츠웨어 기업 원익QnC는 대만 공장을 100% 가까이 가동하는 한편, 수요 증가에 대응해 구미 국가산업단지에 공장을 추가로 짓는다. TSMC 1차 협력사인 씨엠티엑스(CMTX)는 2026년까지 구미에 363억원을 투자해 첨단 부품 생산 공장을 증설한다. 한미반도체와 이오테크닉스는 TSMC의 3D 첨단 패키징(하이브리드 본딩 등) 라인 고도화에 따른 후공정 장비 수요 확대를 예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