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 등 3대 가축전염병이 동시다발적으로 확산하며 밥상 물가를 크게 자극하고 있다.
지난달 축산물 물가는 달걀 및 돈육 값의 가파른 상승세에 힘입어 6%가량 치솟았다.
이들 세 질환의 경우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 확산세가 맹렬하고 무역 타격이 막대한 A급 감염병에 속할 뿐 아니라, 한국 내 규정상으로도 제1종 가축전염병에 해당해 일제히 '심각' 수준의 위기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당국은 특별방역 대책 기한을 이달 말까지 1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한국에 ASF가 최초 보고된 2019년부터 2024년 사이에는 이들 질환이 한꺼번에 발병하는 일이 전무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두 해 연속 3대 전염병이 창궐하는 이례적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이처럼 여러 가축 질병이 한꺼번에 발생하는 사례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5∼2026년 겨울철 전국 가금농장을 덮친 고병원성 AI는 총 56건으로 집계돼 2022∼2023년(32건) 및 2024∼2025년(49건)의 기록을 크게 웃돌았다.
작년 9월 시작돼 6개월째 기승을 부리는 고병원성 AI는 이달에도 경기·충남·전북·경북 등 4개 도 가금농장에서 5건이 새롭게 보고됐다. 3월 13일에는 국내 최대 산란계 사육 농장인 경기 포천시의 한 농장(4만5000마리 사육)에서도 감염이 확인됐다.
그 결과 올겨울 고병원성 AI 여파로 살처분된 산란계 수는 980만 마리를 웃돌아 최근 5년 새 최대 피해 규모를 기록했다.
ASF 역시 무서운 기세로 번지고 있다.
올해 1분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사상 최다인 22건의 발병이 보고되며, 직전 2년(2024∼2025년) 누적치인 17건을 단숨에 넘어섰다. 2019∼2025년 7년간 전체 55건, 연평균 7.9건이 발병했던 과거 추이와 비교하면 올해의 확산 속도는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올해 ASF로 살처분된 돼지만 이미 15만 마리를 넘어 지난해 처분량(3만4000마리)을 크게 초과했다. 과거 경기·강원 일대 접경 지역 야생멧돼지를 중심으로 퍼지던 ASF는 올해 들어 사람이나 차량 등을 통한 전파로 충남·전남·전북·경남 지역까지 처음 침투하며 사실상 전국적인 질환으로 확산됐다.
게다가 국내 도축 시설에서 채취한 돼지 피를 섞어 만든 배합사료에서 외래 ASF 유전자형(IGR-Ⅰ)이 사상 처음 발견되면서 당국의 허술한 관리 실태가 드러났다.
김재홍 한국동물약품기술연구원장은 오염된 피가 사료 제조 공정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철저한 검증을 주문하는 한편, 이대로 방치할 경우 해당 전염병이 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소·돼지·양·염소 등 우제류를 노리는 구제역 또한 2025년부터 올해까지 두 해 연속 발생했다. 2023년 11건이던 발병 건수는 지난해 19건으로 늘었고, 올해도 인천 강화군 및 경기 고양시 일대 소 농가에서 3건의 확진 사례가 나오면서 1월 말을 기해 9개월간의 소강 상태를 깨고 다시 발생했다.
3월 11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허술한 전염병 관리를 향한 질타가 쏟아졌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송 장관이 직접 주재한 방역 대책 회의가 두 차례에 그친 점을 거론하며 주무 부처의 안이한 대응을 비판했다. 돼지 이동·도축 과정에서 혈액 검사를 생략해 사료 오염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야기한 책임도 따져 물었다.
같은 당 송옥주 의원 역시 해외 주요국과 달리 한국만 고병원성 AI 백신 활용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AI 및 ASF 백신을 현장에 투입하려면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송 장관은 3대 전염병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3월 중장기 가축방역 발전 대책을 발표하며 피해 축소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피해액이 예년 수준을 크게 웃돌면서 국가 방역 시스템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