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 다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도 불구하고 현행 금리 동결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 위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를 이유로 성급한 금리 인하보다는 신중한 관찰을 택한 것이다.
20일(현지시간)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7월29∼30일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회의 참석 연준위원 다수가 기준금리를 4.25∼4.50%로 유지하는 데 찬성했다.
연준 위원들은 회의에서 "관세 영향이 상품 가격에 더 명확히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반적인 영향은 여전히 관찰 중"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관세 상향 조치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의 규모와 지속성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4일 발표된 7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9% 상승했다. 이 중 최종 수요 서비스 가격은 전월 대비 1.1% 올라 2022년3월(1.3%) 이후 3년4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다만 미셸 보먼 연준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노동시장 약화를 우려하며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를 선호한다는 의견을 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는 1993년 이후 처음으로 2명 이상의 연준 이사가 금리 결정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사례다.
두 위원의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FOMC 회의 종료 이틀 뒤인 지난 1일 발표된 노동부 데이터에서 7월 고용 창출이 전문가 예상을 크게 하회했다. 그간 양호한 증가세를 보였던 5~6월 고용 증가폭도 이례적으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계 조작'이라고 주장하며 분노했다. 그는 에리카 맥엔타퍼 노동통계국장을 해고하기도 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통화 정책 조정 전에 관세 인상 조치의 인플레이션 영향에 대한 완전한 명확성을 확보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거나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견을 표명했다고 의사록은 기록했다.
의사록에서는 현재의 연방기금 금리 수준이 중립 수준에서 멀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FOMC 회의록은 와이오밍주(州)에서 열리는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 직전에 나왔다. 내년 5월 임기 종료인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연설은 22일 예정돼 있다. FOMC는 다음달 16~17일에 올해 여섯 번째 회의가 계획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