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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자본의 싱가포르 공습 ①] 실적 악화·경영 공백…SGX 공시로 드러난 스팩맨의 자금 조달 압박

고종민 기자

입력 2026.06.0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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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리타워텍 신화’의 주역, 최유신 회장은 누구인가
자산 매각으로 이어진 재편… 매출 16억 원에 대규모 순손실
경영진 이탈과 자금난 공식 시인
폴라리스오피스의 지분 취득과 향후 변수

과거 한국 영화 제작 자산을 바탕으로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했던 스팩맨 엔터테인먼트그룹(Spackman Entertainment Group·티커 9VW)이 최근 극심한 실적 악화와 경영진 이탈, 그리고 재정적 압박에 직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부 회계법인 소개 자료에서는 당시 회사를 “싱가포르에서 IPO를 진행한 첫 한국 영화 제작사”로 설명했다.

최근 싱가포르 증권거래소(SGX)에 제출된 스팩맨엔터의 공식 공시와 2025 회계연도 실적 공시에 따르면 이 회사는 매출 감소와 대규모 순손실, 핵심 경영진 사임, 연례 주주총회(AGM) 기한 연장 신청 등이 겹치며 자생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 유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2000년 ‘리타워텍 신화’의 주역, 최유신 회장은 누구인가

스팩맨엔터의 현재 상황과 재무 불확실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회사의 창업주인 최유신(미국명 찰스 스팩맨) 회장의 자본시장 족적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00년 당시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유신 회장은 최석진 한국푸르덴셜생명보험 회장의 장남으로,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인물로 소개됐다.

당시 그는 ‘인수 후 개발(A&D)’이라는 국내에선 생소했던 금융 기법을 내세워 코스닥 상장사 파워텍(이후 리타워텍)을 인수한 뒤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2000년 보도에서는 파워텍 주가가 약 100일 만에 180배 안팎 급등한 것으로 전해졌고, 이후 리타워텍은 감사의견 거절로 시장에서 퇴출됐다. 후속 보도에서는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해 대부분 무죄 판결 취지가 언급됐다.

국내 시장 이후 최유신 회장은 2011년 스팩맨엔터를 설립했고, 2014년 싱가포르 상장을 주도했다. 회사 측 소개 페이지와 외부 회계법인 자료는 이를 각각 확인하고 있다.

◇ 자산 매각으로 이어진 재편… 매출 16억 원에 대규모 순손실

상장 초기 스팩맨엔터는 한국의 영화 제작 자산을 내세워 주목받았다. 공식 연차보고서(FY2021 Annual Report)에 따르면 자회사인 ‘영화사 집(Zip Cinema)’은 <내 아내의 모든 것>, <검은 사제들>, <국가부도의 날> 등을, ‘오퍼스픽쳐스(Opus Pictures)’는 <아저씨>, <설국열차> 등을 포트폴리오로 제시했다.

다만 이후 주요 제작 자산은 순차적으로 정리됐다. 회사는 2016년 공시를 통해 적자 자산이던 오퍼스픽쳐스 처분을 추진했고, 2021년에는 영화사 집 지분 처분을 완료했다. 이어 2026년 1월에는 재무 부담이 컸던 ‘스튜디오 테이크(Studio Take)’ 지분 전체를 1달러에 매각한다고 공시했으며, 이와 함께 스튜디오 테이크가 보유했던 영화 제작·투자 기능을 기존 parent company인 ‘테이크 픽쳐스(Take Pictures Pte. Ltd.)’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이후 실적은 크게 악화됐다. 2026년 4월 30일 공시된 2025 회계연도 실적 공시에 따르면 스팩맨엔터의 연간 총매출은 122만4000달러(한화 약 16억 원)에 불과했다. 반면 당기순손실은 1453만9000달러(한화 약 200억 원)에 달했다. 이에 따른 연간 주당순손실은 79.17센트로 집계됐다. 다만 해당 실적 공시는 회사가 제출한 요약 재무자료로, 문서상에는 아직 외부 감사인의 감사 또는 검토를 받지 않은 상태라고 명시돼 있다.

회사의 재무 불확실성은 앞선 회계연도 감사 자료에서도 감지됐다. 2024 회계연도 감사 관련 공시에 따르면 당시 독립감사인은 스팩맨엔터에 대해 ‘계속기업 관련 중대한 불확실성(Material Uncertainty Related to Going Concern)’을 공식 언급했다. 다만 당시 감사의견 자체는 ‘비한정(Unqualified)’으로 처리됐다.

◇ 경영진 이탈과 자금난 공식 시인

누적된 재무 부담은 결국 현 경영진의 이탈로 이어졌다. SGX 이사회 변동 공시에 따르면, 2026년 4월 21일부로 사내이사이자 임시 최고경영자(Interim CEO)였던 앤서니 웡(Anthony Wei Kit Wong)이 사임했다. 이와 동시에 사외이사(Non-Executive and Independent Director) 직을 맡고 있던 이재승 이사 역시 같은 날 이사직을 내려놓고 회사를 떠났다.

이후 SGX 질의에 대해 회사는 “현재는 이사회 잔류 인원과 그룹 재무책임자(Group Financial Controller)가 공동으로 일상 운영을 맡는 임시 운영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앞서 2025년 12월 9일 공시를 통해 2025 회계연도 연간 실적 발표, AGM(연례 주주총회) 개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제출 기한 연장을 SGX 규제당국(SGX RegCo)에 신청했다. 스팩맨엔터는 해당 연장 신청 문건을 통해 “한국 영화 산업의 회복 지연, 매출 감소, 낮은 현금 보유 수준, 미지급 비용 부담” 등을 경영 악화의 원인으로 직접 꼽았으며, “현재의 재정적 불안정(Financial Instability)을 해소하기 위해 기관 자금 유치, 새로운 전략적 투자자 확보, 부채 조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폴라리스오피스의 지분 취득과 향후 변수

매출 급감, 대규모 순손실, 경영진 공백, 자금 조달 필요성 등이 부각된 시점에 한국 자본의 지분 취득도 이어졌다. 싱가포르 증시 지분 대량보유 공시(Form 3)에 따르면 한국의 코스닥 상장사 폴라리스오피스(Polaris Office Corp)를 포함한 폴라리스그룹사는 2026년 3월 19일 자로 스팩맨엔터 주식 390만9,427주를 취득해 지분율 21.29%를 확보한 주요주주가 됐다.

과거 K-콘텐츠 관련 자산을 기반으로 성장했던 싱가포르 상장사 스팩맨엔터와 이 회사 지분 21% 이상을 확보한 폴라리스오피스의 조합이 향후 어떤 사업 재편으로 이어질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최근 시장의 관심은 이 회사의 재무 정상화 가능성과 주요주주 변화가 향후 사업 재편으로 이어질지에 쏠리고 있다. 2부에서는 이 지분 취득의 배경과 이후 사업 구조 변화 가능성을 살펴본다.

고종민 기자 kjm@finance-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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