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의 판을 바꾸는 스테이블코인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테더(USDT), USDC, 페이팔의 PYUSD 등 미국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자산의 경계를 넘어 결제와 투자, 자산운용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등 주요 기업들은 일부 결제망에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고 있으며, 자산운용사들은 머니마켓펀드(MMF)를 토큰화해 유동성과 수수료 절감이라는 실질적 성과도 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기존 금융 인프라를 우회하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고 있다. 카드사와 은행, 결제 게이트웨이 없이도 스테이블코인은 직접 결제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고, 예금 대신 보유하는 자산이 되며, 국제 송금과 전자상거래, 증권 청산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디지털 통화의 실험이 아닌, 본격적인 적용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한국, 원화 지키기 위한 '디지털 통화 전략' 꺼내다이러한 가운데 한국 정치권과 금융 당국도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캠프는 최근 업비트를 방문해 스테이블코인 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안도걸 수석부위원장은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통화의 기능을 한다”며 디지털 시대 통화 질서의 재편을 강조했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외환 통제, 자금세탁 방지, 통화 주권 유지를 위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로 이동한 자금 규모는 2022년 하반기 21조 원에서 2024년 상반기 74조 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디지털 자산 생태계에서 원화의 입지가 급속히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자금 유출과 김치 프리미엄 현상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이해당사자마다 다른 '스테이블코인 전략'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놓고 정부, 코인 업계, 은행, 플랫폼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정치권은 이를 정책 유동성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지를 내비쳤고, 코인 업계는 국내 메인넷 부활과 알트코인 유통 확장을 위해 이를 지렛대로 삼고 있다. 특히 P2E나 보상형 코인 등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시스템을 스테이블코인 구조를 통해 다시 들여오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은행권은 고객 예금을 바탕으로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국제 송금·결제 효율화와 블록체인 기반 예금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 핀테크 기업과 대형 플랫폼 역시 자체 생태계 내 락인 효과를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업 주도의 스테이블코인 모델도 거론되고 있다. 하이브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팬덤 생태계에 적용하면 콘서트 티켓, 굿즈, 콘텐츠 소비 전반에서 새로운 결제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팬덤 결제를 통합하고, 신용카드나 예치금 기반 금융상품으로 확장하면 하이브 생태계의 락인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다. 이는 국내 플랫폼 주도의 디지털 경제 확장을 의미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원화의 안정성이 뒷받침돼야 하고, 발행사에 대한 자본 요건, 외환관리법과의 정합성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업계와 당국 간의 이해관계 조율 없이는 추진이 쉽지 않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사실상 통화 공급을 우회하고 있다. 블랙록의 BUILD 펀드가 주도하는 토큰화 국채 시장은 이미 70억달러를 넘어섰다. 홍콩은 외국계 스테이블코인에도 자국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공시와 선택을 통해 규제 준수를 유도하는 유연한 접근을 취하고 있다.
한국은 이 중간 어디쯤에 있다. 대선 이슈와 맞물려 스테이블코인 논의는 정책 논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경계를 재정립하는 방향으로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결론: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코인이 아니다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통화이며, 금융의 본질을 재정의하고 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단순 대응이 아니라 정책 주권과 금융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구조적 선택지다. 대선 이후에도 관련 논의는 지속될 것이며,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 여부에 따라 국내 디지털 금융의 향방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