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AI6)에 대한 대규모 수주를 성사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28일 한국거래소(KRX) 기준 회사의 주가는 전 거래일(25일) 대비 6.83% 급등하는 면모를 보였다. 약 10개월 만에 다시 7만 전자 시대가 도래했다.
계약은 22조7648억원 규모다. 해당 반도체는 미국 텍사스주(州) 파운드리 공장서 2027년부터 생산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삼성전자가 메모리 영역이 아닌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영역을 개척했다는 데 있어서 의미가 크다.
최근 수년 간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영역서 SK하이닉스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아직까지 엔비디아에 HBM3E 12단 제품을 공급하지 못함으로써 SK하이닉스 대비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끊이질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규모 시스템 반도체 수주를 성사시켰기에 회사로써는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삼성전자가 그동안 지분투자를 진행해 온 중소·중견 기업들을 체크해볼 시기가 도래했다. 메모리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기업에 지분투자를 진행했다는 것은, 회사가 차세대 먹거리로 해당 영역 공략을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에스앤에스텍, 삼성 파운드리 사업 확대의 핵심 기업… 소부장 국산화 기대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에스앤에스텍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다.
에스앤에스텍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용 블랭크마스크를 생산·판매해 대부분의 매출을 확보하고 있다.
블랭크마스크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회로 패턴을 웨이퍼에 새기는 데 사용되는 포토마스크의 원재료다.
또한 회사의 실적은 ▲2023년 매출 1503억원, 영업이익 250억원 ▲2024년 매출 1760억원, 영업이익 295억원으로 선전하고 있다. DS투자증권은 에스앤에스텍이 ▲올해 매출 2290억원, 영업이익 450억원을 달성해 급격한 성장을 시현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러한 사업과는 별도로 삼성전자가 해당 기업에 지분 투자를 단행한 것은 에스앤에스텍의 파운드리용 극자외선(EUV) 블랭크마스크 개발·양산을 기대하고 있어서다.
DS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EUV 블랭크마스크는 대부분 일본 업체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EUV 블랭크마스크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에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 또한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서 에스앤에스텍이 EUV 블랭크마스크 국산화를 성공시킨다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가 한층 강화될 여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스앤에스텍은 올해 말 EUV 블랭크마스크 양산 준비를 마칠 계획이다”며 “2026년 초부터 제품 양산 및 공급을 통해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예상했다.
2020년부터 개발돼 온 제품이 마침내 삼성전자 파운드리 라인에 적용 될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한 순간이 도래한 것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올해 내로 EUV 블랭크마스크 국산화를 목표로 하고 있어, 양사의 사업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에프에스티, EUV 관련 장비 전문업체로 펠리클 국산화 추진하고 있어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에프에스티의 지분 7%를 보유하고 있다.
에프에스티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용 펠리클과 칠러장비를 제조·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펠리클은 반도체 제조라인의 노광 공정에서 포토마스크를 이물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는 부품이다. 칠러는 반도체 제조 공정서 온도 조절을 위해 사용되는 기계 장치다.
두 제품 모두 반도체 산업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장비지만 최근 수년 동안의 사업 실적은 순탄하지 못했다.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회사는 ▲2023년 매출 1976억원, 영업손실 108억원 ▲2024년 매출 2374억원, 영업이익 23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부진과는 별도로 회사는 지난 2010년부터 펠리클 등 EUV 관련 장비를 개발해온 업력이 있다. 이 같은 기술력을 눈여겨 본 삼성전자는 2021년 기술 개발 협력을 위해 430억원 지분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에프에스티는 EUV 펠리클 검사기 EPIS, EUV 펠리클 탈부착장비 EPMD, EUV 광원, EUV 포토마스크 포드 검사기 EPODIS 등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EUV 펠리클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올해 초 EUV 펠리클 시제품 생산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에프에스티는 7월 IR 자료를 통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펠리클 공급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정보를 공개했으나, EUV 펠리클에 대해선 연구개발 현황만 밝혔을 뿐 공급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 사피엔반도체, 삼성의 스마트 글라스 사업 확장 위한 기반 기업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는 사피엔반도체의 지분 5.52%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줄곧 적자만 기록하면서 부진한 실적을 탈피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 사피엔반도체는 마이크로·미니 LED에 최적화된 디스플레이 설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AR(증강현실)·MR(확장현실) 기기 설계에 핵심적인 역량을 담당 할 수 있는 기업으로 부각 받고 있다.
지난 5월 발간된 메리츠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메타 및 다수의 중국 업체들이 제조한 스마트 글라스에는 사피엔반도체의 DDIC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DDIC란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통합 회로로, 디스플레이를 조절하는데 필요한 칩을 지칭한다. 회사는 이 칩에 대한 설계를 담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사피엔반도체는 보급형 스마트 글라스부터 프리미엄 제품까지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2026년부터 여러 기업 스마트 글라스의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사피엔반도체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선글라스 업체 젠틀몬스터와 협력해 스마트 글라스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제품 출시 시기는 2026년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