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2위 코인거래소 빗썸의 기업공개 여부를 두고 시장에서 여러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두나무의 나스닥 입성과 별개로 빗썸 역시 미국 증시 입성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죠. 사실 빗썸은 국내와 해외 증시를 모두 검토하며, 실현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배팅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다만 우리 금융당국 역시 빗썸의 국내 증시 입성을 그리 반기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빗썸은 지난해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 작업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선 "국내 증시뿐 아니라 해외 증시도 같이 보고 있다"는 당찬 계획을 내놓기도 했죠. 무엇보다 IPO에 성공할 경우 가상자산 거래소 1호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쥐게 됩니다. 미국 1위 코인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몸값이 80조원에 달하니, 시장 기대감도 상당합니다. 그래서 전 꾸준히 두나무 구주를 모아가야 한다고 말씀을 드리고 있죠.
◇IPO 출사표 빗썸, 실상 물밑 경영권 매각 협상 재개...당국은 심판보며 추이 보는 중
오늘의 주제는 한 문단에 담아봤습니다. 빗썸은 최근 IPO 의지를 천명함과 동시에 정상 기업으로의 이미지 전환, 이후 이정훈 의장의 개인지분에 한해 매각작업을 추진 중입니다. IPO는 사실상 미끼고 뒤에서 경영권 매각 협상이 한창입니다. 심판은 당국이, 인수 주체는 라이센스를 갖고 있는 금융당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입니다. KB국민 등이 거론되고 있고 있는데 당국이 'OK'하는 곳이라면 제3의 기업이 등장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사실 빗썸은 복잡한 지배구조, 최대주주 사법리스크로 실제 국내 IPO 입성 자체가 쉽지 않은 형국입니다. 빗썸의 최대주주는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이사회 의장으로, 그를 중심으로 한 빗썸 경영 구조는 여전히 베일에 싸인 상황이죠.
이 전 의장은 비상장사 DAA(29.98%), BTHMB홀딩스(10.70%), 기타(25.10%) 등을 통해 빗썸코리아의 지분 73.56%를 보유한 빗썸홀딩스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빗썸홀딩스 지분 34.22% 및 자회사 빗썸코리아 지분 10.22%를 보유한 비덴트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종현 씨와 경영권 분쟁을 겪는 등 지배구조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죠.
이는 빗썸이라는 회사가 애시당초 이리 거대한 금융사로 진화할 것을 예견하지 못한 초기 창업멤버들이 지분을 여러 곳에 내다 팔며 복잡해진 탓이 큽니다. 강종현에게 빗썸이 놀아난 이유는 그가 보유한 빗썸 관련 지분이 상당하기에 그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여기에 오너 이정훈 의장의 사법리스크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전 의장은 1000억원대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그는 지난 2018년 10월 김병건 BK메디칼그룹 회장에게 빗썸 인수 및 공동경영을 제안하면서 'BXA토큰'을 빗썸에 상장시켜 주겠다고 속여 계약금 명목으로 약 1억 달러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죠. 이 전 의장은 1,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지난 1월 검찰이 이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가 무죄를 받는다 해도 금융사에 준하는 코인 거래소의 현 위치를 고려하면, 주요 주주들의 이같은 리스크는 IPO 자체를 험난하게 만드는 주 요인입니다.
◇빗썸 IPO는 사실 쉽지 않다...풀어야 할 실타래 산적
금융당국이 머리가 아픈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빗썸 관련주의 존재감 탓입니다. 이들은 이미 대부분 상폐 위기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빗썸의 산재된 지분을 모은 상장사들이 이를 저마다 주가 부양에 활용한 것이 핵심인데, 법인 기준 빗썸홀딩스의 최대주주인 비덴트는 상장폐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죠. 비덴트는 강종현의 여동생 강지연 씨가 지배구조 정점에 있고, 주가조작 등의 여러 혐의로 재판이 잇따르는 상황입니다. 또 횡령 사건 연루, 빗썸 지분에 대한 추징보전 청구, 김병건 회장의 가압류 신청 등 법적 문제로 상장폐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또다른 상장사 버킷스튜디오와 인바이오젠 역시 마찬가지. 특히 검찰이 이들 빗썸 관계사에 대한 강제수사에 들어가기 직전 회사 주요 자료를 빼돌리고 폐쇄회로(CC)TV 저장 화면을 삭제한 버킷스튜디오 임원은 징역을 선고받기도 하며 여러 해프닝의 중심에 있습니다. 즉 이미 3개의 상장사가 상폐를 앞두며 개인주주의 피해가 극심한 상황에서 빗썸의 상장 추진 자체가 문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죠.
이때문인지 빗썸코리아의 장외 시총은 3700억원 규모에 불과합니다. 빗썸의 외형과 보유 현금, 분기 이익 등을 고려하면 밸류에이션 자체가 턱없이 낮습니다. 결국 IPO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밸류에 반영돼 있는 상황이죠. 관련주 상폐에 따른 개인주주 손실이 상당한 상황에서 빗썸의 상장 자체를 금융 당국이 받아들일지도 미지수입니다.

주요 경영진의 배임도 금융당국의 머리를 조이고 있습니다. 최근 빗썸 내 준법감시인이자 부사장인 최모씨는 개인적인 이유로 9월 초 사직 의사를 밝혔는데, 그는 금융감독원 출신으로 자본시장조사국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뒤 2022년 빗썸에 합류한 핵심 인물입니다.
일각에선 최씨가 검찰이 수사 중인 이 전 대표의 셀러비코리아(FANC 제휴사) 차명 주식 보유 의혹에 관여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고 이미 검찰은 지난 9월 공판에서 "빗썸 준법감시인인 최씨가 이 전 대표 돈으로 셀러비코리아(FANC 발행사) 주식을 시가 20분의 1에 매수했다"고 주장한 바 있죠. 의혹의 핵심은 최씨가 이 전 대표의 돈으로 셀러비코리아의 주식을 시가 20분의 1 가격에 샀다는 것으로 빗썸 측은 이 의혹을 완강히 부인 중입니다.
이정훈의 오른팔로 불리는 이상준 전 빗썸홀딩스 대표 역시 배임수재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머지않아 12월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2021년 코인 큐빙과 시도 등 여러 코인의 빗썸 상장 청탁을 받고, 빗썸 관계사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종현 씨로부터 수십억원의 현금, 가방, 시계 등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9월 불구속 기소된 상태입니다. 특히 최근 검찰은 "이상준 전 빗썸홀딩스 대표가 허백영 전 빗썸코리아(빗썸 운영사) 대표, 전 상장심사심의위원회 위원장 최모씨와 도지코인, 클레이튼 상장 추진을 결정했다"는 내용을 법정에서 공개하기도 했죠.
사실 업비트는 비트코인과 같은 대장주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빗썸은 상대적으로 알트코인 상장에 주력, 경영진이 여러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태였습니다. 이 때문에 빗썸에서 거래된 코인 상당수가 다수의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죠.
한때 시총 10조원을 넘어서던 아로와나토큰은 한컴 그룹의 비자금 조성에 활용, 김상철 한컴 그룹 회장이 검찰에 송치됐고 국감에서 화제가 된 어베일 코인 역시 빗썸 내 시세조작 세력이 활개치고 있다는 증거로 불립니다. 빗썸에 지난 7월 상장된 어베일 코인은 상장과 동시에 무려 1300%가 넘는 상장빔을 쏘아 올리며 이상거래 의혹이 일었고, 외국인이 차명 계정을 활용해 이익을 챙겼다는 먹튀 논란이 일며 빗썸의 운영 역량이 도마위에 오른 상황입니다. 특히 어베일 상장 직전, 출처가 불분명한 35억원에 달하는 코인을 입출금 소명 없이 받아준 점은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는 중인데, 외환거래법위반 혐의도 받고 있죠.
뿐만 아니라 팬시 코인 뒷돈 상장 논란, 그리고 센트와 위믹스, 싸이클럽토큰 등 다수의 알트코인 모두 빗썸에서 주로 거래되며 여러 논란을 키운 케이스입니다. 만타 코인 경우도 올 초 상장 빔을 노리고 한국인 개인 계좌를 통해 빗썸에 만타를 입금, 이를 이더리움으로 바꿔 출금해 국내 투자자 피해를 양산했다는 비판을 받았죠.
◇새로운 빗썸 출현 가능성...KB국민은행의 역할은
앞서 정리한 이같은 여러 이슈 탓에 금융당국에게 빗썸은 참 머리가 아픈 존재입니다. 다만 수백만 명의 이용자와 천문학적인 규모의 거래액과 예치금 등을 고려하면 빗썸을 무조건 두들기기도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 거대한 자금을 관리가능한 영역에 넣어야 하는 것이죠. 즉 당국은 빗썸 오너 그룹의 합리적 퇴장을 위한 포석을 밟는 중이며, 이를 위한 내외부적 압박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시중은행 내지는 금융사들처럼 당국이 100% 케어하는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물론 당국이 원하는 흐름대로 빗썸 관치경영의 성사 여부는 당장은 알 수 없습니다. 빗썸 오너그룹은 빠른 엑시트를 원하고 있고, 긴 기다림 끝에 코인 시장 제도화를 맛봤습니다. 또한 대마불사를 유지하기 위해 외부자금 유치와 더불어 KB국민은행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려 준비 중입니다.
KB국민은행은 자체 수탁 서비스뿐 아니라 코인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사업을 준비 중인 곳이죠. 시중은행 중 누구보다 코인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에 빗썸 역시 최근 과감한 거래량 이벤트를 진행, 수수료 무료화 정책을 통해 이용자 규모를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사실 당국과 빗썸 오너그룹, 양측이 생각하는 갭이 크지 않기에 전 타결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즉 머지않은 시기, 우리는 새로운 빗썸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빗썸은 지금까지 보여준 '황썸'의 모습과는 좀 다른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