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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

삼성물산, ‘어용노조 단협 무효’ 판결… 대법 “과거 근로조건 소급 교섭해야”

임영재 기자

입력 2025.08.0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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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법원 홈페이지


삼성물산이 어용노조(에버랜드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이 무효라는 이유로, 진성노조인 금속노조와 과거 근로조건에 대해 소급 교섭할 의무가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주심 서경환 대법관)은 지난달 3일,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단체교섭 이행 청구 소송에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해당 판결은 사용자 측의 부당노동행위로 설립된 어용노조와 체결된 단체협약은 무효이며, 진정한 노조가 요구한 과거 근로조건에 대해 소급해 교섭할 수 있음을 인정한 판결이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에버랜드) 근로자들은 2011년 7월 전국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를 설립하고, 그해 8월부터 2021년 1월까지 매년 회사에 단체교섭을 요청했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2011년 6월 이미 사용자 주도로 ‘에버랜드노조’를 설립하고, 해당 노조와만 임금 및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금속노조는 에버랜드노조가 사용자 측의 부당노동행위로 만들어진 어용노조라고 주장하며, 2020년 4월 단체교섭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금속노조가 다수노조로 인정되자 삼성물산은 그제서야 금속노조와 교섭에 나섰으나, 이미 과거 협약이 존재한다며 소급 교섭의무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금속노조는 청구 취지를 변경해 “2020년 이전 근로조건에 대한 단체교섭 이행”을 요구했고, 1심은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줬으나 2심은 이를 뒤집어 금속노조의 승소를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기존 협약이 무효라면 과거 근로조건에 대해서도 소급해 교섭이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의 핵심 근거는 별도의 재판에서 에버랜드노조의 설립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해당 노조는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설립된 조직으로, 부당노동행위의 산물이라는 점이 인정됐다.

대법원도 이와 같은 2심 판결을 확정하며 “금속노조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적법하게 교섭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어용노조와만 협약을 체결한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대법원은 “기존 단체협약이 유효한 경우에는 과거 근로조건에 대해 소급 교섭할 권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존 협약이 무효라는 전제 하에서만 소급 교섭이 가능하다는 조건을 명확히 했다.


임영재 기자 withhy@finance-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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