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하만이 미국 의료기기 기업 마시모(Masimo)의 오디오 사업 부문을 3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인수 대상에는 영국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바워스앤윌킨스(B&W)를 비롯해 데논(Denon), 마란츠(Marantz), 폴크(Polk), 데피니티브 테크놀로지 등 세계적인 오디오 브랜드들이 포함됐다.

이번 인수는 삼성전자가 2017년 하만을 인수한 이후 8년 만에 사실상 처음 나서는 대규모 M&A다. 하만은 JBL, 하만카돈, AKG 등 자체 브랜드를 통해 포터블 오디오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해왔으며, 자동차 오디오 및 라이프스타일 오디오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1966년 영국에서 설립된 B&W는 디자인과 음질에서 오디오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는 대표적인 럭셔리 오디오 브랜드다. ‘노틸러스’ 스피커, ‘제플린’ 무선 스피커, ‘PX7’ 헤드폰 등 프리미엄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데논은 CD 플레이어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115년 전통의 브랜드이며, 마란츠는 하이파이 앰프 및 리시버 분야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하만은 이들 브랜드를 추가함으로써 소비자용 오디오부터 자동차 오디오까지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게 됐다.
하만은 인수한 오디오 사업을 라이프스타일 부문에 통합해 2025년 608억달러(약 84조원) 규모에서 2029년 700억달러(약 96조7400억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글로벌 오디오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카오디오 사업에서도 기존의 JBL, 하만카돈, 뱅앤올룹슨(B&O) 등과 함께 B&W 등 신규 브랜드를 더해 다양한 오디오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를 자사의 TV, 모바일, 가전 제품과의 시너지 확대 기회로도 보고 있다. 스마트싱스와의 연결성 강화는 물론, 고급 오디오 기술을 활용한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 제공도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하만의 오디오 기술을 갤럭시 시리즈와 사운드바, 패밀리허브 냉장고 등에 적용해왔다.
데이브 로저스 하만 라이프스타일 부문 사장은 “B&W 인수를 통해 세계적인 오디오 명가로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게 됐다”며 기대감을 나타냈고, 케이티 시맨 마시모 최고경영자(CEO)는 “오디오 부문이 하만의 리더십 아래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수는 삼성전자가 수천억원대 M&A에 다시 나서며 향후 대규모 투자 확대 가능성에도 무게를 싣는 계기가 됐다. 삼성전자 박순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에서 “M&A를 지속 검토 중이며, 가시화되는 즉시 공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삼성전자가 2017년 80억달러(약 11조원)를 들여 인수한 하만은 현재 디지털 콕핏과 차량용 오디오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3000억원으로, 인수 첫해보다 20배 이상 성장했다. 올해 1분기에는 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