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 가운데 외국인이 보유한 비중은 7월 말 현재 32.44 %다. 6월과 7월 두 달 동안 외국인은 9조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한국 증시에 ‘상승 안전판’을 제공했다.
반면 8월 1일 하루 만에 8693억 원어치를 던지자마자 지수는 곧바로 출렁였다. 외국계 매니저들은 “숫자 하나보다 예측 불가한 정책 리스크가 더 무섭다”고 말한다. 그들이 요즘 입에 올리는 변수가 바로 ‘노란봉투법’이다.
아직 자본시장에선 대주주 기준 하향 등의 이슈로 노란봉투법이 크게 부각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의 이탈이 가속화되면 노란봉투법 영향이 클 것이라는 게 필자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불법적인 파업을 일으키는 노조들은 부패하거나 정치적인 행태를 벌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개인적으론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노조의 파업은 지지하지만 외국인은 부패한 노조들의 활동엔 경기를 일으킨다.
◆외국계 비즈니스 단체의 ‘옐로카드’지난달 말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와 유럽상공회의소(ECCK)가 연이어 성명을 냈다. 양 단체는 “노란봉투법이 원청까지 손해배상 책임과 교섭 의무를 확대하면 한국은 ‘법적 지뢰밭’이 된다”며 투자 재검토 가능성을 공개 언급했다. 미국 기업 800여 곳을 대변하는 AMCHAM은 “본사 이사회가 한국 물량과 CAPEX 계획을 다시 의논하게 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우연찮게도 그 경고 이후 외국인 자금 흐름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사자’에서 ‘팔자’로 급선회한 것은 단순한 차익 실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해외 운용사들은 “한국이 노사분쟁의 빈도와 비용을 증폭시키면, 밸류에이션 할인폭을 과거 수준(15 %포인트 내외)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역사적 패턴 ― 파업→생산손실→실적 쇼크→외국인 매도사실 외국인은 ‘노조 리스크’에 유난히 신경을 곤두세워 왔다. 2016년 현대차 전면파업은 14만 대, 3조 원 규모의 생산 손실을 야기했고 실적 쇼크와 함께 주가가 1.4 % 하락했다. 이때 외국인은 자동차주를 집중적으로 던졌다.
2020년 GM코리아는 파업 장기화 속에서 “노사불안이 계속되면 한국 철수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공개 경고했다. 외국계 운용사 상당수가 커버리지를 축소하며 매도를 확대했다.
2022년에는 현대차 노조가 “해외 전기차 투자는 국내 고용 축소”라며 파업을 가결했다. “국내 투자 우선”을 요구하는 노조의 압박은 해외 CAPEX 일정까지 변수로 만들었고, 그 뉴스 하나로 외국인은 단숨에 순매도로 돌아섰다.
세 사건 모두 파업→생산 차질·투자 지연→실적·평가손 하락으로 이어졌고, 외국인은 가장 먼저 출구를 찾았다.
◆‘노란봉투법’이 그리는 새 시나리오개정안이 예정대로 2026년 2월 시행되면, 협력사가 수천 곳에 달하는 자동차·조선·반도체 기업은 원·하청 동시 교섭과 다발적 파업에 노출된다. 예컨대 반도체 라인이 멈추면 즉시 발동되는 ‘고객 페널티’ 조항 탓에 EPS 충격은 직격탄으로 돌아온다. 국내 노조가 해외 증설 계획을 파업 명분으로 삼으면, 현대차 조지아 메타플랜트나 LG에너지솔루션 북미 합작공장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의 일정도 비틀릴 수 있다.
글로벌 자금이 가장 먼저 점검하는 것은 ESG 지표 가운데 S(사회) 항목이다. 파업의 기회비용(파업을 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있었을 이익)이 낮아지면 ‘분쟁 빈도’ 점수가 떨어지고, 이는 모건스탠리·블랙록 등 대형 자산운용사의 ESG 펀드 편입 한도를 제한한다. 자금이탈의 기폭제가 되는 구조다.
◆‘먼저 던지는’ 섹터와 ‘틈새에 사는’ 섹터 그리고 진단외국인 매도 1순위는 원·하청 구조가 복잡한 완성차·부품이다. 이어서 선박 인도 지연 부담이 큰 조선, 북미·유럽 합작공장의 품질 KPI에 예민한 배터리 본사가 뒤를 이을 공산이 크다. 현대차 그룹을 비롯해 주요 제조업체가 정부와 공조해 해외에 최대한 빨리 공장을 세우고 투자를 진행해야하는 이유로 보인다. 정당한 파업은 권리지만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불법 파업은 외국인의 매도를 자극할 수 있으리라 본다.
반면 방산, 일부 배터리 소재, IT 서비스·게임 등은 상대적으로 노사 충돌 위험이 낮아 피난처(sector rotation) 역할을 할 수 있다.
외국인에게 ‘노란봉투법’은 “한국이 또 다른 불확실성을 도입한다”는 신호다. 무엇보다 법 자체보다 보완 입법과 중재 메커니즘이 마련되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 정부가 공동교섭 가이드라인, 신속분쟁 조정 플랫폼, 파업 성실교섭 인증제 등을 묶은 ‘안전판 패키지’를 제시한다면, 리스크는 ‘알려진 악재’로 가격에 반영돼 오히려 K-디스카운트 해소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최선은 아니지만 악재 해소와 최악의 국면에서 반등 해석이 나올 수 있다.
결국 선택지는 두 갈래다. 안전판 없이 법만 통과시키면 외국 자금은 “팔고 보자”는 쪽으로 기울 것이고, 투자를 이끌 장치까지 갖춘다면 “리스크 프리미엄이 관리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코리아 리턴 시나리오도 열려 있다. 지금은 외국인에게 한국을 ‘머무를 이유’로 설득할 수 있는 마지막 유예 기간이다. 소나기를 피할 것이냐, 소나지를 맞고 반등을 노릴 것이냐의 차이점이 엿보인다. 시장을 장기적으로 봐온 관점에선 우선 피해야한다는 결론이 머릿속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