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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트럼프 2기와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 돋보기, K-전력기기와 신재생에너지의 기회

제이든 기자

입력 2025.07.1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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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반이민·관세 정책이 부른 전력기기 가격 상승, 국내 기업에 '기회'
이재명 정부의 서해안 HVDC망 구축, K-에너지 인프라 대전환 신호탄

2025년 하반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커다란 전환점에 서 있다. 한쪽에서는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이민·관세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며 자국 중심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한국 이재명 정부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과 함께 전력기기·태양광·원자력 산업의 전략적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정책 충돌은 단순히 '미국 vs. 한국'의 구도가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투자 흐름의 대이동을 예고하고 있으며, 그 한복판에 국내 인프라 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전력기기, 태양광, 원자력 산업은 공급 병목 현상·수요 급증·정책 변수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중장기적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 트럼프의 반이민·관세 정책이 부른 전력기기 가격 상승, 국내 기업에 '기회'

트럼프 전 대통령의 2기 정책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미국 내 제조 기반 확대는 심각한 병목에 직면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력기기다. 이튼, 슈나이더 일렉트릭, 히타치, ABB 등 글로벌 전력기기 대기업들이 미국 공장 증설에 나섰지만, 숙련된 노동자 부족으로 생산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제조업 종사자 중 히스패닉과 아시안 비중은 25%에 달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은 이 인력풀을 축소시켜 증설 속도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병목은 단가 인상으로 직결된다. 실제로 이들 글로벌 기업은 부품 대부분을 미국 외 지역에서 조달하고 있으며, 중국산 부품 의존도도 높다. 2025년 7월부터 관세 유예조치가 종료되며, 수입 부품에 고율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가격 부담은 구매자, 즉 유틸리티 업체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내 전력기기 가격은 재차 상승할 수밖에 없고, 리드타임 또한 5년을 넘기는 장기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내 증설을 확대하더라도 반이민 정책으로 인해 계획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기 리드타임으로 인해 고객사들은 중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는 국내 전력기기 기업들에게 확실한 기회가 되고 있다. 이민재 연구원은 "국내 전력기기 3사(HD현대일렉트릭, LS ELECTRIC, 효성중공업)는 중저압 변압기, 배전반, 분전반 등 제품 다각화를 통해 미국 내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며 "글로벌 5개사 대비 EPS 성장률이 2배 이상으로 전망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들 국내 기업의 평균 PER은 2025년 기준 26배로, 글로벌 평균 24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 연구원은 "2026~28년까지 국내 전력기기 3사의 평균 PER은 글로벌 대비 점진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이나, 이는 역설적으로 국내 기업의 실적 성장률이 그만큼 고평가 요인을 상쇄할 만큼 강력하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특히 LS ELECTRIC은 북미 데이터센터향 수주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효성중공업은 초고압 변압기 매출 증가로 ’27년 영업이익률 15% 돌파가 기대되고 있다.

■ [전력기기 산업의 구조와 밸류체인 이해]
전력기기 산업은 전기의 생산부터 송전, 배전, 최종 수요처까지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데 필요한 기기들을 총망라하는 산업이다. 주요 제품은 초고압·중저압 변압기, 차단기, 개폐기, 배전반, 분전반 등이며, 산업용, 상업용, 가정용 수요에 따라 다양한 사양으로 공급된다. 고전압 계통일수록 안정성과 기술력이 중요하다. 진입장벽이 높고,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분류된다.

전력기기의 핵심 부품은 철강, 전기강판, 알루미늄, 구리 등이다. 이는 국제 원자재 시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변압기의 경우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절연유, 냉각시스템, 코일 소재 기술력이 중요한 경쟁력이다. 최근에는 친환경 절연가스, 스마트 계측기술, 디지털 트윈 솔루션 등으로 발전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품질, 리드타임, 커스터마이징 역량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으며, 북미·중동 중심의 인프라 재편 흐름에서 후발주자 강세를 보이고 있다.
■ 이재명 정부의 서해안 HVDC망 구축, K-에너지 인프라 대전환 신호탄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에너지 주권 강화와 전력망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다. 이는 호남·충청·서해안 지역의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에 직접 송전할 수 있는 초고압 직류송전(HVDC) 인프라를 말하며, LS ELECTRIC,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등 전력기기 기업들이 핵심 공급사로 포함돼 있다.

김시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4년 글로벌 전력망 투자액은 390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이며, 2025년엔 4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며 "기존 변압기·케이블 공급망 병목, 25년 이상 노후된 대형 변압기 교체 수요가 집중되며 국내 기업에게는 확실한 기회"라고 평가했다.

특히 오는 7월 22일 예정된 PJM(미국 동부 송전망 운영기관) 용량 경매는 2026~27년 공급단가가 작년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기업의 수출 확대 가능성이 점쳐진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내 고부가 변압기 공급을 확대하고 있으며, 효성중공업은 단계적 증설과 함께 수익성 중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 [태양광 발전의 원리와 밸류체인 이해]
미국 공화당 주도의 세제개편안(OBBBA)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수정하며 태양광 투자세액공제(ITC)와 생산세액공제(PTC)의 일몰 시점을 2033년에서 2028년으로 앞당기려 하고 있다. 태양광 소재·셀·모듈 수직계열화를 구축한 한화큐셀, 폴리실리콘 시장의 독보적 국내 강자인 OCI홀딩스 등은 미국 시장 중심의 전략을 통해 타격을 최소화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은 태양의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기본 구조는 '폴리실리콘 → 잉곳/웨이퍼 → 셀 → 모듈 → 인버터·ESS 등' 시스템으로 연결된다. 이 중 폴리실리콘은 고순도의 정제된 실리콘으로 전기적 특성을 결정짓는 핵심 원재료이며, 국내에서는 OCI가 대표적인 생산기업이다. 셀은 빛을 전기 신호로 전환하는 반도체 소자다. 모듈은 다수의 셀을 집적해 실사용 단위로 만든 패널이다. 인버터는 직류(DC)를 교류(AC)로 전환하는 장치이며, ESS(에너지저장장치)는 변동성 대응과 야간 전력 사용을 위해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단결정 고효율 셀,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탠덤셀, 고출력 모듈 기술 등이 상용화되고 있으며, 미국 시장에서는 IRA 기준에 따라 비(非)중국산 공급망을 갖춘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 [원자력 발전의 원리와 밸류체인 이해]
원자력 발전은 우라늄 연료의 핵분열 반응에서 발생하는 열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이를 통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구조다. 1차 계통(원자로, 냉각재 펌프, 증기발생기 등), 2차 계통(터빈, 발전기), 보조계통(BOP, 배관, 탈기기, 복수기 등)으로 구분된다. 각 계통별로 두산에너빌리티, 한전기술, 비에이치아이, 에너토크, 우진 등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원자력 계측제어 시스템(MMIS), 소형모듈원전(SMR), 사용후핵연료 저장용기(CASK) 등 고부가 신사업 분야도 각광받고 있다. 기술 집약도가 높고 규제 장벽이 높은 만큼 진입 기업이 제한적이며,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국산화 기술력은 글로벌 수준에 근접해 있다.

1차적인 성장은 전통적인 원자력 발전이다. 발전 설비 검증이 오랜 기간 이뤄졌으며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건설 추진 소식이 앞다퉈 나오고 있다. 국내 원자력 발전 기업들이 기회를 잡고 있는 상황이다. 

2차적인 성장은 차세대 발전 기술인  SMR이다. 아직 표준화되거나 완벽한 검증을 갖춘 SMR 기술은 없으나 한국 원전 기업들이 글로벌 원전 스타트업과 기술 개발 및 건설 협력에 나서고 있다.  

■ 결론: 산업 병목은 기회다… 전력기기·태양광·원자력에 주목
현재 글로벌 전력기기 산업은 공급과잉이 아니라 공급 병목 상황에 가깝다. 전력기기의 핵심 부품인 변압기, 케이블, 배전반의 생산 리드타임은 2~5년에 달하며, 반이민 정책과 관세 강화는 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병목이야말로 국내 인프라 기업에게는 진입장벽이자 가격 결정력을 부여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5~2027년, 전력망·에너지 인프라 확장 국면에서 국내 전력기기 기업은 제품 다양화, 기술 내재화, 빠른 리드타임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 산업은 미국 IRA 정책 리스크를 감안한 수익성 분석이 병행돼야 하며, 원자력 산업은 글로벌 수요 증가와 함께 국내 기업의 수주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정책은 불확실하지만, 공급망의 병목은 실체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투자자들은 산업의 구조적 재편과 이에 수반되는 기업 가치 상승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제이든 기자 kangchani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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