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2500억~3000억 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이 전체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으로 빠르게 세를 넓히면서 채권, 환율, 증시라는 세 축에 새로운 자금 회로를 깔아가고 있습니다.
‘디지털 머니’라는 이름의 토큰 하나가 글로벌 자본 흐름을 다시 짜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암호자산 변두리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 달러 스테이블코인: 美 국채의 ‘숨은 매수자’
달러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는 테더(USDT)와 써클(Circle)의 USDC라는 ‘쌍두마차’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테더는 2025년 1분기 회계검증에서 준비자산의 76%를 만기 1년 미만 미국 재무부 단기국채(T-Bill)로 채웠다고 공개했습니다. 보유 규모만 1,200억 달러로, 독일 전체 국채 보유액을 넘어 19위권 해외 보유자 반열에 올랐습니다. 사실상 거대 머니마켓펀드가 된 테더 준비금 덕분에 단기국채 시장에는 상시 매수 수요가 생겼고, 금리는 자연스레 하방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테더는 중국계 코인이며, 재무회계상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미국 금융 당국은 테더에 회계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앞서 암호화폐 투자사 사이버캐피탈 창립자인 저스틴 본스는 “테더는 1,180억 달러의 담보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입증할 독립 감사를 받은 적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세계 4대 회계 법인 중 한 곳과 외부 감사를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에 대한 대응입니다.
이 때문에 더 주목받는 곳이 써클입니다. 써클은 ‘투명성’과 ‘제도권 협업’으로 테더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유통 중인 USDC는 620억 달러 안팎이며, 준비자산은 현금과 만기 3개월 이하 국채로 100% 담보됩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블랙록이 운용하는 Circle Reserve Fund(USDXX)에 편입돼 일별 자산 내역이 공개되고, 7일물 SEC 수익률(6월 27일 기준 4.27%)도 실시간 제시됩니다.
2025년 1월에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CRCL)하면서 ‘첫 공모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또 Fiserv, PayPal 등과 제휴해 3,000여 지역은행에 USDC 결제·송금 인프라를 공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준비금이 머니마켓펀드에 예치돼 연 5% 안팎 T-Bill 금리를 고스란히 수익화한다는 점에서, 써클 역시 ‘핀테크+채권’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구조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졌습니다. 미국 상원은 GENIUS Act(S.394)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액 100%를 국채·현금으로 담보한다”는 조항을 못 박았고, 하원은 STABLE Act(H.R. 2392)와 병합 심사를 진행 중입니다. 대형 은행들은 ‘은행 컨소시엄형 스테이블코인’을 검토하며 달러 패권을 뒷받침할 국채 담보형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사실상 제도권 진입 직전 단계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여담으로 써클의 발행사인 서클 인터넷 그룹(CRCL)의 주가는 이러한 희소성과 가치로 미국 증시에서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다만 한국시간 30일 현재 JP모간 등에서 목표주가 80달러 등 리포트를 내면서 급격히 조정을 받았습니다. 23일 289.99달러를 기록했던 주가는 30일 개장 전 시간외 거래에서 173달러대로 내려왔습니다.)
결국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국채를 흡수하는 디지털 머니마켓펀드’로 자리잡았습니다. 테더와 써클 두 곳만 합해 2,000억 달러가 넘는 단기국채를 끌어안으며 ▲ 단기금리 하락 ▲ 발행사의 수수료 및 이자 수익 모델 창출 ▲ 미 재무부의 조달비용 안정이라는 ‘윈-윈-윈’ 구조를 형성했습니다. 이는 달러 패권의 디지털 버전을 공고히 하는 핵심 축이자, 글로벌 채권시장의 지형을 바꾸는 실질적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오일 결제가 달러를 통해 이뤄지면서 미국의 패권을 지켜줬듯,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후속타자로 나서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 정권의 감세 정책(채권 발행 증가로 연결)이 이런 구조를 더욱 뒷받침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 원화 스테이블코인: CBDC 후퇴가 부른 민간 실험한국은행은 3월에 착수했던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2차 파일럿을 6월 30일 전격 중단했습니다. 은행권 내부 반발과 기술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사실상 “민간 주도 원화 스테이블코인부터 검증하겠다”는 정책 급선회로 해석됩니다.
입법 흐름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국회에 제출된 ‘디지털자산 기본법’ 초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본금 요건을 50억 원에서 5억 원으로 대폭 완화해 비은행, 핀테크의 참여 길을 열었습니다. 중앙은행의 직접 감독 대신 경쟁적 민간 발행 모델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규제 지형이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시장에서는 이미 8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농협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2026년 상반기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범 발행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블록체인, DID(분산신원) 기술 업체들과 공동으로 사업 법인을 세우고, 국채를 담보로 한 ‘국채-연계형 코인 디자인’을 유력하게 검토 중입니다.
다만 국제결제은행(BIS)은 담보 채권이 ‘런(run)’에 몰릴 경우 신흥국 금리가 급등할 위험을 경고하며, 긴급 RP(환매조건부) 창구나 보험기금 같은 ‘환매 안전판’ 확보 없이는 통화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정책 속도 조절과 안전판 설계가 미흡할 경우,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안정 기제가 아니라 변동성 증폭 장치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원화 가치는 이중적입니다. 온·오프 램프 과정에서 실물 원화 수요가 늘면 결제 인프라 효율과 국채 수급 안정에 도움이 되지만, 다중 민간 발행이 급증해 ‘섀도 머니’가 팽창하면 통화정책 조정이 어려워집니다. 특히 코인런이 발생하면 국채 급매각과 환율 급변동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어,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가 결정적 변수가 될 것입니다.
다양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겠지만,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이든 중앙은행 발행 스테이블코인이든 한국 국채 등 안전자산을 기반으로 삼을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 정권 들어서 국가 부채가 늘어나고 있어(국채 발행 증가), 미국 사례처럼 국채 안정을 위한 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 밸류체인별 수혜·리스크 상장사방향성을 떠나 스테이블코인 열풍은 한국 증시에도 즉각적인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2025년 상반기 코스피는 아시아 주요 지수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고, 관련주로 묶인 종목들은 단기간에 주가가 폭등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책 기대감이 실적 가시성을 앞질렀다”는 경고도 내놓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카오페이입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PoC(개념검증) 소식이 전해지자 6월 한 달간 주가가 200% 넘게 상승했지만, 금융당국(한국은행·금융위원회 등) 내 진행 상황이 주춤하자 주가는 단숨에 15%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이는 단기 순환매와 정책 변수에 가장 민감한 종목임을 보여줍니다.
기업용 블록체인 풀스택을 내세운 LG CNS는 Web3 공공 프로젝트 1순위 업체로 꼽히며 상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공공·금융권에서 잇따라 파일럿 과제를 수주하며 ‘디지털 국채 인프라’ 주력주로 부상했지만, 실적은 여전히 프로젝트 수주 시점에 따라 변동성이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기술총괄 파트너사인 아이티센글로벌은 8대 은행 컨소시엄의 블록체인·DID 아키텍처를 주도하며 ‘숨은 수혜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다만 국채 담보 모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 규모를 가늠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보안·지갑 SDK를 공급한 아톤은 CBDC 1차 테스트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달 새 주가가 80% 가까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언급된 기업 모두 매출 실현 구간보다 기대감이 앞서 있다는 점에서, 파일럿이 정규 서비스로 전환될 때 실제 매출 인식 구조를 면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투자 체크포인트 4가지
첫째, 미국의 GENIUS Act와 STABLE Act, 한국의 디지털자산 기본법 담보·보험 규정이 언제, 어떤 내용으로 통과되는지 일정과 세부 조항을 면밀히 모니터링하셔야 합니다.
둘째, 국채 금리가 하락하는 구간에서는 단기 T-Bill ETF가 자연스러운 헤지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코인 인프라주 비중은 밸류에이션 과열 여부를 동시에 고려하셔야 합니다.
셋째, 원·달러 환율과 코인 프리미엄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 환 헤지와 세후 수익률을 수시로 점검하셔야 하며, ‘섀도 머니’ 팽창이 통화정책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자산 배분에 반영하셔야 합니다.
넷째, 파일럿 단계에서 급등한 종목은 정규 서비스 전환 이후 매출 인식 구조와 실적 가시성을 반드시 확인해 ‘테마성 거품’ 리스크를 줄이셔야 합니다.
◆ 결론 ― “Stable is the New Liquidity”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국채를 흡수하는 ‘디지털 머니마켓펀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국채 완충판을 겸한 통화 실험으로 각각 진화 중입니다. 담보 안전판, 발행·소각 속도, 비상 환매 루트를 먼저 확보하는 플레이어와 국가가 결국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투자자 여러분은 정책 시계와 수익률, 그리고 기술 생태계의 성숙도를 동시에 읽어야 합니다. 디지털 국채 시대의 새로운 유동성 질서는 ‘스테이블’을 지배하는 주체가 알파를 선점한다는 사실을 이미 보여주고 있습니다.
※ 별책 부록 ‘한국은 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려고 하는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급증하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한국 금융 당국의 최우선 과제로 급부상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외화가 빠져나간 규모는 50조 원 안팎으로 추산됩니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자본 유출의 주요 통로”로 규정하며 2단계 가상자산법(디지털자산 기본법)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가장 먼저 다루겠다고 못 박았습니다.
달러 코인의 확산은 통화주권과 외환관리 체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졌습니다. 최근 딜로이트코리아 보고서는 “준비자산이 달러로 묶인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가 커질수록, 원화 유통량과 외환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우려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정치권은 ‘디지털자산혁신법’ 초안을 마련했습니다. 법안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자산연동형 디지털자산’으로 정의하고, ▲ 금융위원회 인가 ▲ 최소 자기자본 5억 원 ▲ 100% 현금·국채 담보 의무 등을 발행 요건으로 제시했습니다. 업계에서는 핀테크, 게임사까지도 발행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진입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결제 혁신 역시 정부가 노리는 중요한 지점입니다. 블록체인 기반 토큰 결제는 24시간, 초저비용 송금이 가능해 전자상거래, P2P 금융, 토큰증권(STO) 같은 차세대 금융 인프라의 ‘기본 통화’가 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자산 경제를 키우려면 안정적인 원화 토큰부터 있어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추진해 온 소매 CBDC(‘프로젝트 한강’) 2차 실험은 비용 부담과 로드맵 부재로 올 6월 잠정 중단됐습니다.
중앙은행 단독 모델의 한계를 확인한 정부는 ‘도매 CBDC +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투트랙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습니다.
은행권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KB국민, 신한, 우리, 농협 등 8개 시중은행이 협회 산하에 스테이블코인 분과를 만들고, 공동 발행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과 비밀유지협약(NDA) 체결을 논의 중입니다. 디지털 원화 토큰을 2026년 상반기 시범 출시하겠다는 로드맵도 거론됩니다.
글로벌 규제 경쟁도 한국 정부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GENIUS Act(S.394)로 “발행액 100%를 현금·국채로 담보한다”고 못 박았고, EU는 MiCA 체제에서 발행·준비금·감독 기준을 세부 규정으로 확정했습니다. 일본 역시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은행·신용금고가 발행하는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했습니다. 한국이 규제 공백을 방치하면 국내 기업과 투자자가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진 배경입니다.
한국 정부는 연내 ▲ 발행·상환 절차 ▲ 준비자산 관리 방식(한국은행 예치·국채 편입 한도) ▲ AML/KYC 규제 ▲ 투자자 보호 장치를 담은 시행령을 내놓겠다고 예고했습니다. 2026년 파일럿 발행이 현실화된다면, 국내 결제 수수료 절감과 토큰증권·게임 아이템 거래 등 ‘토큰 경제’ 전반에 새 기회가 열릴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디페깅(가치 이탈) 위험, 예치금 운용 투명성, CBDC와의 역할 중첩 같은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정부와 민간이 안정성과 혁신성 두 축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디지털 원화’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